지난 10월 연방정부는 지표경제상의 통계를 근거로 불경기가 끝났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연방정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던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난 3분기에 종료된 것으로 판정했다. 경기지표상으로 미국의 불경기가 8월에 이미 끝나고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소매경기도 좀 풀려야 하는데 실제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제는 아직도 회복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82%는 불경기가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만 반짝 상승했을 뿐이지 부동산 경기는 아직도 미로를 헤매고 있고 소매경기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경기회복에 이를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정부가 지표경제상으로는 분명히 불경기가 끝났다고 선포했는데 국민들이 느끼는 실물경제는 아직도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실업률이 아직도 높다. 10월의 미국 실업률은 10.2%를 기록해 2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10% 이상의 실업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청년 실업도 심각한 상황이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의 52.2%가 실업상태인 것으로 집계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청년 실업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정부가 수천억달러를 주택담보 대출관련 구제금융에 쏟아 붓고 있지만 미국민의 주택담보 대출 연체 및 차압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주택소유자들이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과 소득감소로 원금을 갚지 못해 점점 더 많은 연체 및 차압상태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문을 닫고 일자리를 줄이면서 상업용 부동산도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사무실 공실률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호텔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9월30일 현재 가주에서 월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지 못해 차압을 당한 호텔은 47개, 모기지 페이먼트를 연체한 호텔은 260개에 달하는 등 올해 초보다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금융기관이 대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유동성이 급선무인데 은행이 비즈니스 대출을 오히려 줄이고 있는데다 부동산 관련 융자는 완벽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규제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택융자는 차치하고라도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을 얻는데도 수개월이 걸리고 증빙서류를 철저하게 구비해야 할 정도이다.
연초에 오바마 행정부가 8,000억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액수의 경기부양 자금을 풀었다고 하지만 과연 이 막대한 자금이 어느 곳에 어떻게 쓰였기에 아직도 경기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지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연방정부가 실물경제의 흐름을 과연 어느 정도 파악하고 불경기가 끝났다고 발표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지표경제와 실물경제가 따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질적인 경기의 회복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미 경제정책의 수장인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사임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현 경제정책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지표경제와 실물경제의 오차가 거의 없도록 하는 경제정책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불경기가 있으면 호경기가 있게 마련이고 호경기가 있으면 불경기가 오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시기가 어느 때고 그 폭은 어느 정도인지 신빙성 있는 예측을 할 수 없다면 경기회복도 그만큼 늦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흥률 / 부국장 겸 경제1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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