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보내며 올 한해 한국문화 홍보와 전파에 앞장 선 코리아 아트 소사이어티(Korea Art Society) 로버트 털리 대표를 인터뷰했다. 털리 대표는 한국 고미술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아트 딜러로 매달 1~2차례 이상씩 주요 한국 미술품 전시가 열리는 공간을 회원들과 찾고 있으며, 영상 시사회와 한국 음식 소개 행사, 소식지 발간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본업은 음악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작곡자이자 프로듀서이며 연주자다. 그가 프로듀싱한 콜리 버즈(Collie Buddz)의 곡은 소니에서 발매되어 빌보드 레게 챠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코리아 아트 소사이어티(KAS)를 모르는 한인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달라- KAS는 2008년 5월에 출범했고 그 해 9월 버크 컬렉션 방문행사로 공식 이벤트를 시작했다.
비영리단체로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한국 문화를 감상하며 또 뉴욕을 중심으로 미 전역에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KAS의 특징은 뮤지엄과 개인 컬렉션 등을 직접 찾아 적극적으로 감상 활동을 하고, 지속적인 토론과 강의 등으로 지식을 심화하는 데 있다. 한국 예술품은 대담하고 생생하기 때문에 (bold and vigorous) 수동적인 감상으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주요 예술 단체의 큐레이터와 학자, 컬렉터 등 전문가들을 위주로 1,2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저널도 발간하고 있다.
* 아트 딜러기도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차원이 아닌 순수한 한국 예술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처음에 한국에 매혹된 계기는?
-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1995년 6월이었는데 한국 친구들과 서울 국립박물관에 갔다. 그 곳에서 처음 본 청자의 그 정교한 테크닉과 오묘한 컬러에 정말 큰 감명을 받았다. 내가 너무 몰두하며 청자를 보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어리둥절해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진짜로 벼락을 맞은 듯 충격을 받은 것은 다음 전시실에서 분청사기와 맞닥뜨렸을 때다. 청자처럼 극도로 섬세한 자기를 빚는 문화가 동시에 사기처럼 소박하고 거칠고 풍부한 정을 가진 도자기를 배출했다는 것이 정말 경이적이었다. 비유하자면 클래식과 블루스를 동시에 소화해내는 풍부한 문화였다.
* 대부분의 외국 전문가나 학생처럼 다른 아시안 아트를 먼저 접했을 것 같다.
- 그렇다 처음 한국을 방문하기전 중국 예술을 많이 접했다. 모든 장르의 예술 분야에서 한국 미술이 다른 동아시아 미술을 앞선다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앞서 말한 청자의 컬러, 기교, 예술성을 능가하는 중국 도자기는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중국인들도 이점을 인정하며 상감청자를 가리켜 “하늘 아래 최고(The first under Heaven)이라고 할 정도다. 또한 일본의 미시
마(mishima)를 처음 봤을 때도 그것이 분청사기의 모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 한국 예술이 다른 아시안 아트와 다른 특징은 당신에게 무엇이었나?
- 첫 한국 방문 후 15년 동안 표현하자면 ‘미친듯이’ 한국 문화 공부에 몰두했다. 거의 중독 수준으로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와 책을 읽고 구입했다. 한국 미술이 소장되어 있는 모든 뮤지엄과 전시회를 찾아다닌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알아갈수록 확신이 든 것은 한국 예술이 아시안 예술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의 예술과 차별되는 것은 탁월한 예술성과 고귀한 정신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불교 미술이지만 그저 평범한 고가구들을 봐도 이점을 뚜렷이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장인들은 인공적인 요소들을 극히 꺼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갖고 있었다.
* 당신은 전문적인 음악인이기도 하다.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나?
- 한국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단연 최고 수준이다. TV 드라마는 많이 못 봤지만 주변의 미국, 일본 친구들이 무척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한국의 팝음악은 흥미롭지만 여전히 서구 음악의 흉내라는 느낌이 짙다. 하지만 비서구 대중음악은 세계화 되기 전 대부분 모방의 단계를 거친다. 그 단계를 거쳐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한 가수가 나온다면 미국 시장에도 성공할 것이다.
현재 단계에서 나에게 가장 흥미 있는 한국 뮤지션은 명창 안숙선이고 힙합, 브레이크 댄서에 관심이 많다. 나는 원래 랩과 R&B 문화속에서 자랐다.
* 한국 음식은 당연히 좋아할 것 같다.
-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는 ‘하드코어’ 한국 음식 팬이다. 이렇게 맛 좋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뉴욕의 한국 식당을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다. 적지 않은 곳이 미국인들의 입맛이나 일본인 등 관광객의 입맛에 맞게, 뭐랄까 조금 순하고 달게 조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식당에서 먹었던 진짜 한국 음식맛에 빠져있다.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할수록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 첼시에 운영하는 한국 고미술 전문 갤러리는 실적이 좋은 편인가?
- 정식 명칭은 ‘코리안 아트 앤 앤틱 (Korean Art and Antiques)’이고 현대 미술 작품도 취급한다. 자랑하자면 현재 나는 한국 현대 세라믹 작품의 최대 딜러이며 갤러리의 웹사이트 (www.koreanartandantiques.com)는 구글, 야후 등 주요 검색 사이트에서 ‘한국 고미술’ 관련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한국 예술 관련 검색 순위도 웬만한 한국의 예술 기관보다 조회수가 높을 정도다.
털리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뉴욕의 한국 문화에서 당신에게 가장 기이했던 것을 하나만 꼽아달라”고 질문했다. 그의 대답은 “나에게 가장 한국 문화에서 유일하게 기이한(bizarre) 점은 이렇게 훌륭한 문화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박원영 기자>
로버트 털리 대표를 비롯한 KAS 회원들이 9월에 열린 한국 문화 비디오 상영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즐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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