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요리학교 비즈니스는 바람 빠진 수플레처럼 푹 주저앉았었다. 그러나 요즘 남가주 여러 곳의 요리학교 등록률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 쿠킹 매니아들이 실직한 김에 관심 있던 요식업계에서 새 출발하기 위해 요리학교를 찾는가 하면 값비싼 외식을 삼가는 대신 집에서 보다 잘 먹기 위해 실력을 연마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요리학교 비즈니스가 경기침체 이전 수준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취업전망 밝아진 요리사 지망생 늘고
외식 줄이려는 알뜰파 모여 문전성시
“불황의 기회를 오히려 활용하여 직업을 바꿔보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LA 소재 ‘셰프 에릭의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에릭과 제니 크라울리 부부는 말한다. 크라울리는 ‘가족을 위한 매일의 요리’ ‘일품요리’ 등의 클래스를 신설했으며 개인과 대기업의 파티주문 예약도 늘어났다. 최근엔 전문 셰프 위한 20주 코스와 전문 베이킹 10주 코스 프로그램의 등록도 완전 매진되었다. 올해 초엔 비즈니스 경비를 감당하느라 엄두를 못 냈던 부부의 봉급도 요즘엔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웨스트LA 소재 ‘셰프스 Inc.’ 역시 올해 초 70%까지 하락했던 등록률을 요즘 완전 회복했다. 소유주인 레슬리 매케나는 유명 요리가 줄리아 차일드 레서피를 교재로 배우는 클래스의 인기가 특히 높다면서 지난 여름 그를 소재로 한 영화 ‘줄리와 줄리아’의 개봉 덕을 본 듯하다고 말했다. “그런 클래스들은 완전 매진입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라고 그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줄리아 차일드 클래스와 값싼 요리법 등의 강의가 인기를 얻어 지난 4월 이후 자신의 요리학교 등록률이 65%까지 회복되었다고 그는 전한다.
“누구나 먹기는 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키친엔 언제나 일자리가 있거든요. 식당이든, 케이터링 회사든, 또 요즘엔 개인 요리사까지… 취업 기회는 여전히 다양합니다”라고 컬버시티 소재 ‘뉴 스쿨 오브 쿠킹’에서 수강 중인 칼리 베크먼은 말한다.
강사가 3피트짜리 알래스카산 연어를 토막 내는 동안 그 미끈거리는 아가미를 솜씨 있게 움켜쥐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프로페셔널 요리코스를 위해 2,500달러를 지불했다. 요식업계 전문직에 취업하기 위해서다.
쿠킹 클래스 등록 증가는 남가주만의 추세는 아니다. 전국적 현상이라고 ‘셰프 에듀케이션 투데이’와 ‘셰프 매거진’의 편집인 레이시 그리에벨라는 말한다. 불황이 시작되면서 취미로 요리를 배우던 사람들의 등록률은 그야말로 폭락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 홈쿠킹으로 가족 생활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의 등록 증가로 비즈니스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TV의 쿠킹 쇼 인기도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지만 불황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쿠킹을 그저 취미가 아닌 취업 수단 혹은 가족 예산 줄이는 효율적 방법으로 재인식하게 되었다고 LA 소재 ‘힙쿡스’ 요리학교의 매니저 보니 기아디나는 설명한다.
LA에 두 군데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힙쿡스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도 학교를 오픈했는데 포틀랜드의 등록률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여름 강의 스케줄을 60%나 줄여야 했었던 LA는 그러나 요즘엔 확실히 반등하는 추세다. 올해 전체를 보면 지난해보다 20% 하락한 35만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소유주 모니카 레티는 예상한다. 취소되었던 클래스는 가을 이후 대부분 재개되었는데 특히 수요가 높은 클래스는 역시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요리 강의들이다.
‘뉴 스쿨 오브 쿠킹’의 소유주 앤 스미스도 역시 클래스를 늘였다. “강의가 너무 빨리 만원을 이루고 대기자 명단이 갈수록 길어져서요”
많은 수강생들이 외식 대신 홈쿠킹으로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등록했다고 말한다. 또 아동 비만과 영양 평가 낮은 학교 급식 등도 자녀의 건강에 신경 쓰는 주부들의 수강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LA에선 아동건강을 위한 비영리단체가 저소득 가족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 쿠킹 클래스도 운영되고 있다.
물론 아직 경기침체가 요리학교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최근 새 인기 반등 추세에 모든 학교가 편승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또 요리학교 등록률 증가가 계속되려면 실업률 향상과 연계되어야 한다.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의 레스토랑 취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요즘의 반등이 반짝 경기로 다시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셰프 에릭의 요리교실’에서 전문 셰프 코스를 마친 도라 리엥은 요리가 취미인 약사였다. 요리학교 수강을 마친 그는 전문 요리사로 변신, 샌마리노에 베이커리와 카페를 오픈했다. 하루 20시간씩 일하면서 ‘크런치 치킨 샐러드’ 등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해낸 그는 이제 7명의 요리사를 거느린 ‘사장님’이 되었다.
“난 쿠킹이 너무 좋아요. 이제 내 요리는 전문가적 수준에 닿았고 나름 성공했다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되기까지엔 요리학교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리엥처럼 ‘성공한’ 수강생이 늘어날수록 요리학교 비즈니스의 붐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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