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거식증 환자인 데이지 역으로 애처로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브리트니 머피의 갑작스런 사망은 섭식장애를 화두에 오르게 했다.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3일 LA의 티티팝업 개점식에 참석했을 때 “머피는 사이즈2 드레스를 입었다”는 디자이너 말과 “그녀의 초췌한 최근 모습은 2006년도부터 앓아왔던 거식증 때문임에 틀림없다”는 대중 심리잡지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추측이 있다.
3년 전 174㎝ 키에 40㎏몸무게를 고수하기 위해 과일로 연명하던 브라질 모델 아나 레스톤이 패션쇼 도중 사망하자 패션모델의 영양섭취, 몸무게가 논쟁의 초점이 됐듯, 머피의 죽음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 겪는 거식증과 폭식증에 세간의 관심을 쏟게 했다.
무려 20% 이상의 섭식장애 환자들이 콩팥질환ㆍ심장마비ㆍ탈수증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섭식장애는 여러 가지 정신병 가운데 가장 높은 사망률을 가진 무서운 병이다.
내셔널 섭식장애 협회에 따르면 대학생의 20% 정도가 식장애를 겪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CㆍD학점, 집을 떠나 외로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결하려는 대학생이 적지 않다.
부모로부터 독립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문제들로 야기된 스트레스를 본능적으로, 식욕 혹은 성욕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특히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도덕적인 죄책감이나 비난이 따르지 않는 손쉬운 방법이기에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여학생은 음식으로, 남학생은 술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의례히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모조리 꺼낸 후 마구 비벼 양푼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고추장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 몸에 땀을 빼게 함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지만, 궁극적으로는 신나게 먹어대는 행위 자체를 즐김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겨울 방학은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온 자녀가 말 못할 고민으로 섭식장애에 시달리지 않는지 살필 때다. 생리가 멈추거나,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체중이 급속히 줄거나 증가하고, 춥지도 않은데 겹겹이 옷을 입거나, 식탁에서 음식을 조각조각 내거나, 먹자마자 화장실로 뛰쳐가거나, 먹는 대로 뱉어내거나, 머리가 갑자기 많이 빠지거나, 살을 뺀다고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항상 체중에 대해 걱정할 때는 섭식장애가 아닌지 의심해 볼만하다.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유펜과 브린모어 대학에 각각 진학한 여학생 두 명이 있다. K양은 소규모 토론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과 상관없이 대학 이름에 집착하여 유펜에 진학했으나, 300명이 넘게 수강하는 화학에서 난생 처음 B를 받고 아연실색하여 친구도 멀리하고 쓸쓸히 기숙사 방에서 공부에만 매달리다 섭식장애로 시달려 고생 끝에 결국 집 근처에 있는 대학으로 돌아왔다.
한편 브린모어에 들어간 H양도 처음부터 기초과목인 생물과 영작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서너명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 그리고 친절한 교수들의 도움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1949년에 생긴 용어인 ‘머피의 법칙’은 어떤 일이 자신이 바라는 방향과 달리 공교롭게도 안 풀리는 쪽으로 전개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계산대 중에 가장 짧은 줄에 섰는데도 자신의 줄이 가장 늦게 움직이거나, 백화점 세일에 가면 꼭 사려는 물건이 세일에서 제외된 품목인 경우다. 대학지원자들이 K양처럼 머피의 법칙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학교 이름보다 학업 분위기가 자신의 기호에 어울리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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