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한인사회가 새해 벽두부터 백수연을 갖는 경사를 맞았다. 3일 낮 콜럼비아 소재 어시스티드 리빙 홈인 사랑방 케어(대표 이대영)에서 서복진 할머니의 백수연이 가족과 동료 할머니 등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
1910년 1월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서 할머니는 슬하에 3남 4녀를 두고 있으며, 한국에 2남 2녀, 미국에 1남 2녀가 모두 생존해 있다. 부군 임요한씨는 1962년 5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서 할머니는 4째이자 차녀인 경마우(69, 센터빌 VA 거주)씨가 홀몸이 되자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초청, 1985년 미국에 왔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3월 건강악화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잘 걷지 못할 뿐 여전히 건강해 식사도 잘하고 치매없이 정신도 맑으며, 언어 소통에도 지장이 없다고 한다. 3년 전 대장을 5cm 가량 절제하는 수술 이전까지 정정해 밭에 고추, 토마토 등 야채도 가꾸고, 빨래와 요리, 목욕도 혼자서 했다.
오덴톤 소재 노인아파트에서 거주하던 서 할머니는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해 크롭턴 소재 너싱홈에 기거하다 2년 전 이곳으로 옮겼다.
서 할머니가 늘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남을 도와줘라. 정직하게 살아라. 믿음을 가져라”이다. 서 할머니는 물론 자녀들의 신앙도 독실하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맏딸은 부부가 목사이다.
자녀들의 효성 또한 극진하다. 경씨는 모친을 공항에서 만났을 때 등이 휘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길에서 넘어져 척추를 다쳤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곱사등이 같았다. 경씨는 10년간 한방과 양방을 다 찾아다니며 치료를 받게 한 끝에 서 할머니의 굽은 등을 펼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서 할머니의 장남 임현준(78)씨는 철도공무원 재직 중 사고로 실명했지만 점자전화로 매달 초하루면 모친께 안부전화를 한다. 임씨는 장애에도 불구 교회 장로로 매일 새벽기도를 다닌다.
어머니가 늦둥이 막내 아들 임형강(56, 벨에어 거주)씨를 그리워하자 경씨는 동생도 초청했다. 서 할머니는 막내로부터 많은 위안을 얻고 있으며, 한국의 자녀들이 다시 돌아오라고 간청해도 막내와 같이 지내기 위해 거절했다고 한다.
경씨는 어머니의 건강비결로 몸에 좋은 건강식품을 즐겨든 것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개구리, 붕어 등을 섭취했고, 미국에 와서는 잉어, 영지버섯 등을 많이 들었다. 서 할머니는 직접 들에 나가 몸에 좋은 약초나 채소를 채취하기도 했다.
자녀들은 워낙 고령이어서 모친의 건강이 늘 걱정이다. 서 할머니의 새해 소망도 ‘건강’이다. 하지만 서 할머니는 “충분히 살았다”며 “더 오래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8년전 개관한 사랑방 케어는 2곳의 주택에 12명의 할머니들이 기거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0세에 달한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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