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따른 채무 및 비즈니스 분쟁·가정 폭력…
뉴욕 주 법원들은 지난 해 총 470만 건의 송사를 접수한 채 마감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다. 이 같은 숫자는 경기침체의 여파가 뒤늦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례없는 경기침체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재정 위기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되고 있음을 이러한 통계는 암시해 준다. 또 뉴욕 주의 송사 증가는 전국의 다른 법원들도 마찬가지임을 의미한다.
뉴욕 주 지난해 총 470만 건
당분간 케이스 적체 계속될 듯
뉴욕 주의 판사들은 악성채무와 계약 분쟁뿐 아니라 실직에 따른 가정 폭력과 가족의 와해 같은 경제적 스트레스로 인한 수많은 케이스들에 파묻혀 있다. 뉴욕 주의 경우 계약 분쟁은 전년보다 9% 늘었으며 주택 차압은 17% 급증했다. 가족에 의한 폭행 같은 범죄는 주 전체적으로 18% 늘었다. 중범죄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뉴욕시의 경범죄는 2009년 7% 늘었으며 가벼운 죄질의 위반 역시 18%나 증가했다.
판사들과 변호사들은 무임승차와 좀도둑 같은 경범죄의 증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나타내 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이런 수치는 전국의 법원들이 앞으로 수년간 경기침체의 여파를 다뤄나가야 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지난 크랙 코케인이 확산됐던 1980년대의 경우 법원들은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난 후에도 오랜 기간 관련 케이스들을 처리해야 했다. 조나던 리프맨 뉴욕 주 수석판사는 “사회의 문제들이 우리에게 온다. 우리는 사회를 위한 응급실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잔국적인 송사 케이스 집계는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요청으로 뉴욕 주정부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경기침체의 여파가 전국적으로 막 시작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플로리다 주 관계자들은 2009년에 접수된 차압 케이스는 40만 건으로 2006년 이후 무려 446%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애리조나는 지난 1년 사이에 퇴거 소송이 3배나 늘고 계약 분쟁은 2년 사이에 77% 증가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밝힌다. 또 스트레스와 관련된 상태로 인해 정신과적 치료를 요구하는 케이스들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뉴욕 주는 경우는 대표적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뉴햄프셔 주 존 브로데릭 대법원장은 말했다. 그는 많은 이혼과 경범죄들, 그리고 가정폭력이 재정적인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욕 주의 새로운 통계는 경기침체와 관련된 케이스들이 가정에서부터 형사범죄, 그리고 상법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광범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케이스들은 법원을 경제적 위기의 전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법원 관계자들은 법원 케이스들은 수면위로 떠오르는데 시간을 요하는 만큼 경기침체의 첫 여파를 맞고 있을 뿐 이라고 지적하면서 경기침체의 대가가 점차 드러나면서 더욱 많은 비즈니스 분쟁들과 차압, 그리고 퇴거 케이스들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 관계자들은 경기침체의 광범위한 여파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부동산 세금, 주택 차압, 계약 분쟁, 가정 폭력 케이스들에서 명백히 나타난다고 말한다. 특히 17%나 늘어난 주택 차압 케이스들은 늘어난 송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2만5,000달러 이하의 소액 소송을 다루는 뉴욕 시의 민사법원의 경우 2009년 한 해 동안 무려 57만7,000 건이 접수됐다. 이는 10년 전의 20만 건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증가의 대부분은 크레딧 카드 체납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을 잃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람 40명 가운데 서있지 않는 한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기 힘들다”고 ‘유대인 노인 봉사회’에서 차압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주들을 변호하고 있는 힐러리 바우어 변호사는 말했다.
퀸스 가정법원의 팸 잭슨-브라운 판사는 중산층이었다가 지금은 분노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가정들을 매일 대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한 가정의 분노가 서로 간의 폭력으로 발전할 때 판사는 항상 답을 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브라운 판사는 “가족 구조를 와해시키는 경기침체의 여파를 나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에서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던 사람들이 추락해 전화선은 끊기고 아이들 양육이 힘들어지면서 이혼에까지 이르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에 미치고 있는 경기침체의 여파는 때때로 거의 무한하다. 뉴욕 주 판사들은 깨져 버린 수백만 달러의 비즈니스 거래 케이스들을 다룬다. 판사들이 ‘비즈니스 이혼’이라고 부르는 케이스들을 심리하는 것이다. 이런 케이스들은 지금 같은 불경기에 불거질 경우 진짜 이혼 못지않게 추하다.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한 호텔 개발회사는 몇 달 전 주 대법원에서 “현재의 경기침체는 로우어 맨해튼의 호텔부지 소유주에게 대금을 지불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패소했다.
맨해튼의 주 대법원은 금융 몰락의 중심지에 소재해 있다. 이곳에 출두하는 원고와 피고들은 잘 나가던 헤지 펀드와 투자 은행들이다. 그리고 이들 보다는 광휘가 조금 덜한 식당 업주와 의류 제조업자들이다. 버나드 프라이드 주 대법원 판사는 “물건을 주문해 놓고 돈을 주지 못한 케이스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민사법원의 군상들은 크레딧을 너무 쉽게 받았던 사람들과 지금은 옛날처럼 벌지 못하거나 전혀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맨해튼 민사법원의 애닐 싱 판사는 호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절 크레딧 카드를 계속해 발급해 받았으나 지금은 변호사 살 돈도 없는 형편이 된 사람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크레딧 카드 케이스는 복잡한 차압과 달리 경기침체의 단막극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민사법원 판사인 피터 몰튼은 “직업을 잃은 후 월급수표 한 장 차이로 가난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예산 난 때문에 법원들은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뉴욕 주의 1,253명에 달하는 판사들에게 이것은 분명 도전이 되고 있다고 뉴욕 주 수석 행정판사인 앤 파우는 말했다. 파우 판사는 법률적인 긴급 상황 속에서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사법원의 싱 판사는 회복의 징후를 발견하기 힘들다며 “나는 이것을 기차 탈선에 비유하고 싶다. 앞으로 몇 년 간 더 나빠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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