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탄절에 발생한 미국 여객기 폭파 테러 미수 사건 이후 미국 정보 당국에 대해 테러 위협에 더 잘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보관리들은 지나치게 비대한 관료제와 정보의 홍수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브루킹스연구소에 재직 중인 브루스 리델은 미국 정보기관이 당면한 문제로 한 장의 사진을 예로 들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실에서 정보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이 장면에는 많은 인물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리델은 이 사진에는 모두 24명이 보인다면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야 하느냐고 말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독대할 고위 정보 관리를 따로 두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정보업무에서는 큰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리델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뤄진 개편으로 정보기관들을 총괄 감독할 국가정보국장 직제가 도입됐지만 이 자리는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그는 16개 기관, 20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9.11테러 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두 명의 위원도 이번 성탄절 여객기 테러 미수 사건은 9.11테러 전에 있었던 미국 정보기관의 미숙한 대응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6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글에서 미국의 시스템은 9.11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기관 간 관할 문제와 관료기구의 내부 문제로 인해 정보를 누락시킬 경우가 너무 많으며 잘못된 것을 주장할 때도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9.11사태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나 테러 가능성 및 용의자들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문제에 허덕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직 CIA 요원은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문제는 시스템 전체가 (방대한) 정보로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의심스러운 인물들의 이름과 상황들에 대한 정보가 정보기관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관련이 없는 것들인데도 관계자들이 이를 빠뜨리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리델은 정보기관들의 이런 상황은 거대한 조각그림 맞추기 퍼즐과 같은 것으로 필요한 정보는 조금밖에 갖지 못한 채 매 순간마다 이 퍼즐과 관련이 있거나 없는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성탄절 여객기 폭파 미수사건과 관련, 정보기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책한 후 정보기관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성탄절 여객기 폭파 미수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보기관들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아직도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리델은 만약 미국 정보기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 그 대상 기관은 국가대테러센터(NCTC)라고 말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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