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행복캠페인
▶ 피터 김씨의 남극이야기
지난 10월 남극 대륙으로 떠난 피터 김씨. 그는 지금 지구의 끝 남극점에서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를 외친다. 자신이 바라고 꿈꾸던 것을 하나씩 이룰 때 작은 행복을 느낀다는 김씨.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사회 참여와 봉사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는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그러한 행복도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미지의 땅 남극 이야기를 이메일(pkim0625@yahoo.com)을 통해 LA 지인들에게 전하며 일상의 재미와 행복을 전하는 ‘남극 통신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열악한 인터넷 사용 환경을 뚫고 도착한 김씨의 남극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화물운송 전문가로 4개월째 남극 대륙에서 근무
-40。C~-70。C 혹한·해발 1만피트서 고산병 ‘이중고’
전화-인터넷 제한·샤워도 한 주에 2번 2분동안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곳서 할수 있어 좋아”
■남극으로 가는 길
LA에서는 일반 항공편으로 호주 시드니를 거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로 가야 한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남극 수송을 담당하는 미군기지가 있으며 이곳에서 군용기를 타고 남극으로 갈 수 있다.
김씨 역시 지난 10월 시드니를 거쳐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 군용기를 타고 남극 대륙에 있는 가장 큰 연구기지인 ‘맥머드’에 도착했다. 한 달 교육 뒤 10월 말 남극점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기온이 섭씨 -60도에서 -70도까지 떨어지면서 항공기 이착륙 자체가 불가능했다. 비행기가 움직이려면 적어도 섭씨 -54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
11월2일 날씨가 맑아져 남극점에 도착했다. 창문이 없는 군수송기에 탑승하는 바람에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웅장한 남극 대륙의 경치를 감상하지 못한 것이 오래도록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추위와 고산병
1월 초 현재 남극점의 평균 기온은 섭씨 -28도. 처음 남극점에 도착했던 11월2일 온도계가 -43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43도는 어느 정도일까. 김씨는 호기심에 얼굴을 내놓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들이마신 공기가 너무도 차가워 한참동안 기침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굴은 다 가린 채 눈만 내놓고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속눈썹이 하얗게 변한다. 섭씨 -30도에서는 답답한 마음에 얼굴을 드러내 보기도 하는데 말을 하면 수염이 긴 사람 입가에는 입김으로 얼음이 달리고, 콧물은 바로 고드름이 된다. 맨살이 밖으로 노출되면 동상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장갑과 모자, 고글, 마스크 등으로 얼굴과 손을 꽁꽁 싸매고 다닌다. 양말 2겹, 내복 2겹은 기본이고 밖에서 일을 할 때는 풋 워머, 핸드 워머 등을 사용해 손과 발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추위뿐만 아니라 고산병에 대한 걱정도 컸다. 남극은 평평한 땅이 아니라 평균 해발 고도가 6,500피트에서 1만피트 정도 되는 고산지대. 세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한 데다 사람이 일하는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남극이다.
산소가 부족해서 처음엔 잠도 안 오고 걷기도 힘들었다. 1년에 10여명은 고산지대에 적응하지 못해 임무를 마치지 못한 채 돌아간다는 이야기에 김씨도 조금 걱정이 됐다. 3주가 지나도 여전히 숨이 차고 힘들었으나 6주째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차차 적응돼 갔다. 인간은 극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남극에서의 일상
얼음은 많지만 물은 없다. 식수는 얼음을 녹인 물인데 1갤런 생산하는데 30달러 정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을 마시는 곳이 남극이다. 샤워는 일주일에 2번, 2분 동안만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한 이 땅에서는 아무 것도 썩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가 가장 문제다. 생활 하수는 식수를 얻기 위해 얼음을 녹였던 곳에 다시 버리고, 연구기지에 상주하는 250여명이 만들어낸 쓰레기는 항공편으로 남극 대륙 밖으로 운송된다.
인터넷이나 전화는 하루 두 번, 오전과 오후 인공위성이 남극을 통과할 때만 가능하다. 뉴스를 검색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며 바깥 소식을 접한다. 기지 내에는 도서관이나 체육관,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어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식사는 부페식으로 제공되며 척박한 땅이지만 비행기로 신선한 야채와 재료를 공수해 온다.
■남극에서 일하려면
해가 지지 않는 남극의 여름이 되면 각 기지에는 연구를 위한 과학자나 교수, 학생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팀이 만들어져 연구기지는 하나의 작은 도시가 된다.
과학자나 군인이 아닌 일반인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다. 군수산업체인 ‘Raytheon’(www.raytheon.com)의 자회사인 ‘Raytheon Polar Services Company’(RPSC)에서 남극기지 지원 사업을 하고 있으며 피터 김씨도 RPSC에 계약직으로 고용됐다.
매년 10월부터 2월까지 4~5개월 정도 일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다음 계약을 기다리게 된다. 남극행 항공편 등 남극으로 가는 모든 경비는 회사 측에서 부담하며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주나 뉴질랜드를 여행할 수 있는 것도 남극 취업의 혜택이다.
김씨는 “탐험과 모험을 즐기는 미국 젊은이들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남극에 와서 일하고 있다”면서 “한인 젊은이들도 남극에서 일자리를 찾아 오지를 체험하고 혹한의 추위도 맛보면서 세상 보는 눈을 키워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희 기자>
남극점 연구기지의 화물운송 전문가인 피터 김씨는 3명의 부하직원과 남극점에 들어오는 모든 항공화물을 수송하는 일을 담당한다. 비행기 도착이 없는 날 소포를 배달하고 있는 모습.
피터 김(왼쪽 두 번째)가 새해 첫날 파티를 마친 뒤 연구기지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과 남극점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남극점에 있는 유일한 기지인 ‘아문센-스콧 연구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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