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의 그립에는 다시 힘이 들어간다. 그린을 응시하는 눈은 빛난다.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다. 스물 넷. 프로에 데뷔한 지 어느덧 3년. 아직 퓨처스 투어에서 몸으로 때우는 프로 골퍼다. LPGA로 향하는 문은 눈앞에 있지만 그 문턱을 넘을듯하면서도 아직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앳된 얼굴의 마이너리거는 초조할 법도 하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다. “LPGA의 꿈을 올해는 반드시 이룰 겁니다.”
“LPGA의 꿈, 꼭 이룰 겁니다”
제니 서(한국명 서은미)양. 훼어팩스에서 자란 이 버지니아 토박이 2세가 골프채를 잡은 건 다섯 살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빠와 함께 드라이버 레인지에서 앙증맞게 굿샷을 외치며 장난스럽게 첫걸음을 시작했다. 싱글 실력의 아버지는 그의 좋은 스승이었다. 13살에 싱글 핸디가 되고 샌틸리 고교에 들어간 해 아버지를 처음으로 이겼다. “아빠가 이제는 너에게 더 가르칠 게 없으니 더 좋은 스승의 지도를 받거라, 하셨어요.”
전문 티칭 프로로부터 체계적인 골프 수업을 받으며 그의 실력은 쑥쑥 늘었다. 2002년에는 버지니아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남녀를 통틀어 1위를 차지하며 골프 유망주로 떠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퓨만(Furman) 대에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2년 뒤 훌륭한 코치를 찾아 앨라배마대로 편입해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2006년 북서지역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미국-영국, 아일랜드 아마추어골프대항전인 커티스컵의 미국 대표로 선발되는 영광도 누렸다.
대학을 졸업한 2007년 퓨처스 투어에 뛰어들며 서 양은 LPGA를 향한 험난한 꿈의 싹을 틔웠다. 퓨처스 투어는 LPGA 2부 투어로 3월부터 8월까지 17개 대회가 전국에서 열린다. 상금랭킹 5위까지는 이듬해 LPGA 풀시드가 주어지기에 인내심을 갖고 1년을 버터내야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든 300명의 꿈나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전장이기도 하다.
“골프 클럽과 트렁크를 차에 싣고 전국을 떠돌아 다녀요. 수입이 별로 없어 호텔에 묵지 못하고 투어에서 소개하는 민박집에서 자요. 친구들도 못 만나고 외롭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럴 땐 내가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마음을 다잡아요.”
골프를 치다보면 힘든 시간도 있지만 자신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그에겐 마이너리그의 애환도 달콤하기만 하다. 지난해에는 한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1년 종합성적은 16위. 제대로 된 스폰서가 있으면 골프에만 전념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란 아쉬움이 늘 그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다.
“투어를 다니면 너무 많은 경비가 들어요. 부모님 경제력으로 다 감당하기도 힘들고 그게 안타까워요.”
어머니가 운영하는 델리 가게에서 일을 도우며 겨울을 보낸 서 양은 짐을 꾸려 곧 애리조나로 떠난다. 체력훈련부터 하루 7-8시간의 맹훈련에 돌입할 생각이다. 특히 5피트 3인치의 단신에서 오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거리를 더 내고 샷의 정확도를 기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3월이면 다시 고난의 퓨처스 투어가 시작된다. 그는 다시 차를 벗 삼아 전국을 순회하는 방랑객이 돼야 한다. 그가 설정한 올해 목표는 3승. 그래서 LPGA에 당당하게 진출한다는 포부다.
“골프는 제 인생입니다.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요. 내년에는 LPGA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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