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조모(34)씨는 8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LA 인근 법대에 진학했다.
조씨는 “비전이 없는 회사에 계속 다니기보다는 법대에 진학하는 것이 장래를 위해 훨씬 건설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학과목이 힘들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 온 김모(35)씨의 경우 현재 USC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다. 직장을 뒤로한 채 자녀 교육을 위해 도미한 김씨는 “처음에는 한국의 경력으로 미국에서 취직을 계획했지만 불황과 맞물려 직장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나 자신을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캠퍼스로 돌아왔다”며 9년 만에 다시 책가방을 짊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일자리 부족으로 미국에서 법대와 일반 대학원 입학 지망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법대 입학시험(LSAT) 응시자는 미 전역에서 6만746명으로 2008년 응시자수보다 20%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 교육평가원(ETS)은 지난해 대학원 진학 자격시험(GRE)을 치른 응시생이 1년 전에 비해 13% 늘어난 67만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의 회사 이탈 현상과 대학 졸업예정자의 대학원 진학률 상승은 최근 계속되는 경제 위기에 기인한다. 일부 직장인들은 현재 회사 내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투명한 삶에 안주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전문 지식을 쌓음으로써 안정된 미래를 위해 준비된 인재가 되려는 생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뒤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일부 직장인들의 선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UCLA MBA 출신인 임모씨는 “자기 계발이 목적이라면 바람직하겠지만 단순히 취업의 수단으로 고학력 학위 취득을 목표로 삼는다면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간과 학비를 투자한 만큼 졸업 이후 자신이 원하는 직장으로의 취직이 가능한지 신중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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