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다 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피트 로즈다. 로즈는 1963년부터 24년간 현역으로 뛰면서 통산 4,256안타를 쳐냈다. 전설의 타이 캅(4,189 안타)을 제치고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는 로즈는 시즌 200안타를 무려 9차례나 기록한 ‘안타 머신’이었다.
기록으로는 당연히 ‘명예의 전당’ 1순위이다. 하지만 그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했다. 주인의 이름은 오르지 못하고 다만 그가 사용했던 배트만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있을 뿐이다. 이유는 자신이 선수로 뛰고 감독을 했던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를 놓고 도박을 한 것이 드러나 1989년 메이저리그에서 영구히 추방당했기 때문이다.
영구 추방 20년이 지나면서 로즈에 대한 동정론과 복권 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로즈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수년 전부터 불거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파동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한 인터뷰에서는 “만약 약물복용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면 나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볼멘소리다.
새미 소사와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 경쟁을 벌이면서 199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거포 마크 맥과이어가 결국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오랜 기간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았지만 줄곧 이를 부인해 왔다. 특히 지난 2005년 연방위회 청문회에서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에 대한 질문에 그런 일이 없다고 강변해 여론의 싸늘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청문회에서조차 이를 부인하던 맥과이어가 5년 후 갑자기 시인하고 나선데 대해 친정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타격 코치를 맡기 위한 여론 정지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하면서도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상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팬은 거의 없다. 스테로이드가 홈런수를 늘리는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한 물리학자 분석에 따르면 타구의 속도가 4%만 증가해도 홈런 수는 최소 50% 이상 늘어나며 이는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충분히 늘릴 수 있다.
과학적 데이터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것은 실증적 수치이다. ‘홈런 왕’ 베이브 루스의 한 시즌 60홈런 기록은 1961년 로저 마리스가 61홈런을 칠 때까지 34년이나 깨지지 않았으며 마리스 기록도 이후 35년이나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1996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한 시즌 60홈런 이상 기록이 6차례나 나왔고 특히 스테로이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배리 본즈는 2003년 무려 73개의 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검사가 도입된 2003년 이후 메이저리그 홈런 기록은 다시 과거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맥과이어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이런 까닭이다. 만약 맥과이어가 5년 전 의회 청문회에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더라면 적어도 진정성만큼은 의심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적절한 때를 놓치고 말았다.
맥과이어는 아주 잠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더할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했지만 메이저리그에 아주 오랫동안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명예의 전당’ 행은 물론이고 카디널스 타격 코치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것 또한 시기상조다. 그는 좀 더 자숙의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모든 일에는 때와 순리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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