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례 여진 공포
대탈출 행렬
희생자 집계 못해
참혹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지난 12일 7.0의 대지진이 강타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 나라 전체가 거리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는 가운데 약탈과 방화가 끊이지 않고 곳곳에서 통곡과 신음소리가 뒤섞여 생지옥이 따로 없는 모습. 대지진 참사 현장에 급파된 외신 특파원들과 현지 언론이 전하는 아이티의 참상이다.
참사 사흘째인 14일까지 28차례나 여진이 계속된 가운데 살아남은 주민들은 또 다시 무너질 것을 걱정하며 건물 밖에서 밤을 지새웠고, 포르토프랭스 인근 주요 도로에는 국경 너머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시골 등지로 빠져나가려는 대탈출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포르토프랭스의 거리는 잔해 더미에서 발굴한 시신들이 하얀 시트에 말려 아무 곳에나 방치돼 있고 사람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면서 가족을 찾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포르토프랭스 내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병원 시체 안치소 안팎에만 최소한 1,500구의 시신이 쌓여 있다. 아이티 현지의 적십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5만명에 이르고 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희생자가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가늠을 하기 힘든 상태다.
경찰 3,000명과 유엔 평화유지군 9,000여명이 거리에서 구호 활동과 치안유지를 함께 하고 있지만 물과 음식, 전기, 의약품 등이 턱없이 모자라면서 무너진 상점과 업소 등에서 물건을 약탈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꼬박 하루 만에 아이티를 육로로 탈출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온 현지 한국기업 간부 강모(49)씨는 “성한 건물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산사태로 흙이 흘러내리면서 언덕 사이 깊은 계곡을 메워 평지가 된 곳도 있었다”고 전하며 지옥을 빠져나온 기분이라고 했다.
14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장의사 앞길에 널려 있는 시신들 사이로 한 여인이 가족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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