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운영 백삼숙 목사 등
무법천지속 구호활동 펼쳐
전체 한인 절반 도미니카로 철수
규모 7.0 강진으로 사실상 국토 전체가 초토화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한국인 선교사 등 일행 5명이 철수 권고를 무릅쓰고 현지인에 대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한국 사람의 교회 백삼숙 목사(67·여)는 14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교회에선 그동안 보호해 온 아이티 어린이들 25명가량과 이재민 20여명을 돌보고 있다”며 “대사관과 현지 한인업체 등이 도미니카로 철수를 권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이티 고아들을 포기할 수 없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의 교회가 위치한 포르토프랭스 따바 지역은 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백 목사는 현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사람의 교회를, 아이티 고아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백 목사는 “현지에 마실 물과 음식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실 물은 한국인들이 있는 공단에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식량이 다 떨어져 가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사정을 소개했다.
백 목사는 지진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해 “개스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며 엄청난 굉음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옆구리 뼈를 다쳤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2층 집인 교회가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그릇이 깨지고 살림살이가 모두 쏟아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백 목사는 “현지 병원에는 죽어가는 사람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로 치면 종로쯤 되는 포르토프랭스의 델마 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며 “가파른 비탈길 아래쪽으로 건물이 매몰되고 사상자도 넘쳐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아이티의 현지 한인들 중 절반 정도인 36명이 13일과 14일 양일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했다고 주 도미니카 대사관 측이 밝혔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이 이번 지진으로 기능에 큰 타격을 입어 항공편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교민들은 도미니카 수도 산토도밍고로 6∼7시간이 걸리는 유일한 탈출 경로인 육로를 통해 대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진 서기관은 “한인 운영의 봉제업체 공단 내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행히 현재 공단지역은 유엔군이 치안유지를 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며 이 때문에 현지에서 공단 내 업체 가동을 모색하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진으로 아이티 정부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데다 교도소가 무너져 수감자들까지 탈출하면서 약탈과 방화 등 치안이 악화돼 있어 대사관 측은 교민 안전에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아직 현지에 남은 교민이 30여명에 이르고 있어 추가 철수요청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비상근무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14일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누어주는 식량과 의약품을 받기 위해 아이티 주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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