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對) 아이티 정책을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 논란을 벌이면서 지난 20여년간 30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아이티에 제공하고도 일관성이 없는 혼란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미국과 아이티간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인터넷판에서 전망했다.
이번 대지진은 아이티가 그동안 유엔 등 국제사회 지원 아래 어느 정도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고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도 아이티에 대한 후속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미국과 아이티간의 관계는 출발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아이티는 지난 1804년 미주에서 두번째 독립국으로 출범했으나 미국은 노예 출신이 건국했다는 이유로 50여년간 아이티를 인정치 않았다.
아이티의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결국 오늘날까지 아이티를 괴롭히고 정치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티는 지금까지 주변국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빌 클린턴 미 행정부는 지난 1994년 아이티 사태에 개입, 1991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복귀시켰으나 그해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아이티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아이티에 파견된 미군은 2년만에 철수했으며 선거 실시 등 상당한 안정화 성과를 이룩했음에도 아이티를 전면 정상화 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정부의 아이티 특사였고 이후 소말리아와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재건 사업을 주도했던 제임스 도빈스는 아이티의 전반적인 정치, 경제적 변화를 이룩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다면서 개입이 성공을 거두려면 최소한 7-8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아이티는 나아지기는커녕 아직도 빈곤과 절망에서 헤매고 있다. 인구 900만의 서반구 최빈국인 아이티는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에이즈 감염률과 아동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성인의 70% 가 실업상태이며 5년 후에는 젊은 실업자가 100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실업 쓰나미가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 1950-80년대 지속된 악명높은 군부독재로 인한 정치적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마약거래와 연관돼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2001년 대통령에 재선됐으나 그의 재임 중 아이티는 다시금 혼란에 빠져들었다.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는 그가 합법적 지도자라며 지지를 표명했으나 그에 대한 국내의 지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결국 그는 2004년 석연치않은 정황 속에서 미국 비행기를 타고 조국을 떠났다.
아리스티드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벌인 논란은 아리스티드의 망명으로 일단 마무리됐으나 논란의 종식은 미국의 아이티에 대한 관심 저하로 나타났다.
르네 프레발 현 아이티 대통령은 가까스로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는 데 성공했으나 2008년 4차례의 허리케인이 엄습해 재앙을 초래했고 뒤이어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불어 닥쳤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 회계연도에 부시 행정부 말기와 비슷한 2억9천300만 달러의 대 아이티 원조를 요청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나 일단 아이티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마무리되면 지원 규모가 늘어날 것임을 강력 시사해 왔다.
아이티 관리들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지난해 유엔에 의해 아이티 특사로 임명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부부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아이티로 모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린턴 부부는 지난 1975년 그들의 신혼여행을 아이티에서 보내는 등 아이티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으며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번 대지진이 발생하자 아시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티가 이번 지진에 따른 재앙의 규모만큼이나 새 출발의 호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 당시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저 노리에가는 가장 좋은 소식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간여라면서 그가 아이티에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티가 역설적으로 40년만에 카리브해 번영의 동력이 될 기회를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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