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룰리아 최근 발표…전반적 비율은 아직 높아
4개월여 전, 노스베이 부촌 티뷰론의 질마틴 드라이브에 있는 호화주택이 매물로 나왔다. 4베드 싱글패밀리 홈이었다. 리스팅 당시 첫 가격은 479만5,000달러. 매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수없이 주인은 가격을 내렸다. 그래도 사고팔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내렸다. 역시 허사였다.
넉달동안 가격표만 세차례 바꿔달면서 집값은 399만9,000달러가 됐다. 최초 리스팅 가격에서 불과 넉달새 빠져나간 액수만 무려 79만6,000달러(16.6%)에 달했다. 그러고도 새 주인을 못찾은 그 집은 이달 8일 가격표를 또 바꿔달았다. 20만1,000달러를 더 뺐다. 다섯달도 안된 사이에 어지간한 지역의 한두채 또는 두세채 값에 맞먹는 할인을 한 셈이다.
부자촌 티뷰론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체로 비슷하다. 호황기와 같은 웃돈거래는 꿈도 못꾸고 한두차례 가격할인이 거의 정석으로 굳어졌다.
온라인 부동산정보 전문회사 ‘트룰리아(Trulia)’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가운데 4분1이 가격할인을 했다. 평균 할인액은 9만9,864달러다. 오클랜드와 버클리에서는 매물의 19%가 첫 리스팅 뒤 가격을 한차례 이상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의 집값은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낮은 만큼 평균 할인액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역으로 티뷰론과 같이 비싼 지역의 주택매물 중 가격할인을 한 비율은 그만큼 높았다. 예컨대 밀밸리는 31%, 소살리토는 30%가 매물로 내놓은 뒤 팔리지 않는 바람에 가격을 낮췄다. 올해 1월1일 현재 매물로 나온 미 전역의 주택 중 가격을 한번 이상 내린 매물의 비율은 21%다. 5채 중 1채는 오리지널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나머지 79%가 ‘제값’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불황기의 부동산 매물은 이미 거품을 뺄대로 뺀 상태에서 시장에 나오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구입 희망자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 좀더 기다려야 할까, 슬슬 움직여야 할까. 지난해 4월부터 소위 가격할인비율(할인액이 아니라 전체 매물에서 한번 이상 할인을 한 매물의 비율)을 조사해온 트룰리아는 이들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는 또다른 자료를 덧붙였다. 가격할인 비율이 두달째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룰리아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징표라고 해석했다. 베이지역 부동산 거래동향(물량과 중간가격 등)과 관련해 최근 잇달아 발표된 다른 자료들의 해석과 유사하다.
문제는 이해당사자들의 시각이다. 부동산 브로커나 에이전트들은 “그래서 지금이 적기”라며 주택구입을 서두를 것을 종용한다. 일반인들은 “그러나 아직은 관망” 자세를 좀체 풀지 않는다. 이들의 관망자세에는 더 떨어지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에다 “부동산업계는 오를 때도 내릴 때도 항상 지금이 적기라고 부추기지 않았느냐”는 냉소와 불신까지 섞여 있다. 트룰리아의 발표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반응도 대체로 그렇다.
etf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개인들이야 렌트를 하느냐 사느냐 두가지 옵션밖에 없다. 대공황이 깊어진다면 그냥 거리에 나앉든지 부모나 친구집에 얹혀사는 제3의 옵션이 보다 인기를 끌겠지”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이 샌프란시스코의 인구과밀을 거론하며 집값의 추가하락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다른 네티즌은 일본 토쿄는 SF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데도 부동산 시장이 20년동안 침체됐다고 반론을 폈다. 1991년 부동산시장 침체이후의 예를 들어 “그게 96/97년에야 다시 붐을 탔는데 94년부터 이런 발표가 많이 나오더라”며 부동산업계의 의도적 불지피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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