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아찔했던 크리스마스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 이후 미 정부는 공항의 보다 나은 안전대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개인의 사생활권, 프라이버시 보호 운동가들은 ‘알몸 투시’ 전신스캐너 검색의 일상화를 아직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안전을 위해 어린 아이나 할머니의 벌거벗은 모습까지 볼 필요는 없다”면서 지난 주 제이슨 차페츠 연방하원의원(공화-유타주)은 “안전을 이유로 우리의 모든 개인적 프라이버시를 포기해야한다는 것은 그릇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악용, 사생활 침해 위험”
“일반인 영상자료는 현장에서 폐기”
프라이버시와 시큐리티 사이의 균형은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시큐리티 강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프라이버시 주창자들은 놀라울 만큼 성공적으로 정부의 검색기기 설치 등 보안 강화 정책을 사전 차단해 왔다.
보수파 초선 하원의원인 차페츠는 지난해 정부가 항공 여행자에 대한 1차 검색으로 전신스캐너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수정안을 상정하여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그는 “전신 스캐너는 사실상의 알몸 수색”이라고 비난한 미 민권연맹(ACLU)의 지지도 받았다.
의회내 프라이버시 지지 그룹은 전통적인 이념 대립과는 좀 다르다. 보수적 공화의원들이 지지를 표하는 가하면 리버럴 민주의원 상당수가 스캐너 도입을 찬성하면서 시큐리티 우선을 역설하고 있다.
보안강화 지지파들에게도 고충은 많다.
“프라이버시 주장과 표적검색에 대한 공격이 항공여행 안전강화에 큰 장애가 되어왔다”고 부시행정부 시절 국토안보부 고위관리였던 스튜어트 베이커는 말한다.
2001년 이후 프라이버시 주창자들은 항공여객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그리고 정부 전산시스템에 개인정보 입력 등 강화조치를 2번이나 무산시켰다. 정부에게 일반 시민에 대한 개인정보를 너무나 많이 줄뿐 아니라 너무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오른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각 공항에 전신스캐너 추가설치도 지연시켜왔다. 현재 최소 한 대씩의 스캐너가 설치되어있는 미국내 공항은 19개. 그러나 크리스마스 테러기도이후 교통안전국(TSA)은 적어도 300대 이상의 스캐너를 추가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원의 차페츠 수정안이 연방상원에선 채택되지 않았으므로 TSA의 전신스캐너 설치에 대한 장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TSA 대변인 그렉 소울은 “전신 스캐너는 옷 속에 감춘 금속 및 비금속 아이템을 다 검색해 낼 수 있어 보안검색을 강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촬영시간도 “1인당 평균 12~15초 밖에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프라이버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며 “전신 스캔은 모든 승객에게 100% 선택사항이며 스캐너 대신 전신 촉수검사를 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승객의 옷을 투시하는 전신스캐너의 이미지가 TSA 직원에 의해 악용되거나 외부인에게 해킹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경고에 대해 TSA는 그동안 웹사이트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신스캐너가 이미지 저장, 전송, 인쇄 기능이 없으며 이미지는 현장에서 삭제되고 네트웍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 위험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 전신스캐너 이미지를 보는 TSA 직원은 승객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없으며 임무 수행 중에는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승객의 전신 스캔된 스크린 상의 이미지도 ‘분필로 그린 에칭’ 정도라는 것.
그러나 차페츠 의원은 전신스캐너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벌거벗은 사람의 뚜렷한 모습이라면서 반박한다. “전신 이미지를 360도로 돌려볼 수도 있고 각 부분을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신체 뚫린 부분에 숨긴 것은 찾아내지 못한다. 이전처럼 냄새 맡는 검색견을 동원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ACLU 변호사들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유방성형수술, 인공항문, 성인용 기저귀 착용 등 개인의 의학적 프라이버시까지 선명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에게 자신의 신체를 샅샅이 검색하는 권한을 주는 것은 엄청난 프라이버시의 침해인데 반해 그 효과는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프라이버시 전문 변호사 제이 스탠리는 지적한다.
“만약 전신스캐너가 일반적인 검색수단으로 도입되면 테러리스트들도 거기에 적응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다음엔 폭탄을 신체 내에 숨겨서 탑승한 후 여객기 화장실에서 꺼낸다면 우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느 선까지 우리가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수 있는가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스태리 변호사는 말한다.
정가의 찬반논쟁과는 상관없이 미국의 항공 여행객들은 대부분 전신스캐너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와 갤럽이 1월초 여행객 54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전신스캐너 사용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각각 프라이버시와 시큐리티를 강조하며 대립하는 양 그룹이지만 위험인물에 대해선 정부에게 철저히 검색할 전권을 주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무기 등 위험물질만이 아닌 테러리스트 찾기에 보다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전 국토안보부 고위관리 베이커는 강조한다. 차페츠 의원 역시 필요하다면 “요주의 인물명단에 오른 55만명에 대해선 전신 스캔뿐 아니라 의무적으로 추가 스캔도 실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2차 검색이 필요한 근거가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하지는 말라. 시골 할머니에게까지 알몸 검색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암스텔담의 스히폴 국제공항에 설치된 전신스캐너. 이미 15대의 스캐너를 보유하고 있는 이 공항당국은 추가로 60대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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