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 자유를 즐길 때 필요한 것이 자금이다. 자금조달도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부모님께 용돈을 얻어 쓰는 부담감에서 해방이 되기 위해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것이 알바다.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알바가 귀한 때 학과 선배들을 통해 얻는 과외 자리는 매우 소중한 일거리였다. 전공이 전공이려니만치 방과 후 한 장애학생의 학업을 도와주는 일이 생겼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해 특수교육에 대해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알바라 장애학생을 처음 보았던 나는 뭘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하듯 국어책을 들고 읽고 이해 정도를 알아보거나 받아 쓰기를 해 철자를 점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산수책을 들고 덧셈, 뺄셈, 곱셈을 가르칠 수 있기는커녕 하나 둘 셋의 숫자도 세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난감했는데 게다가 그 아이는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말보다도 독어에 더 반응을 빨리한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자폐아로 학습도 뒤지려니와 의사소통도 어려웠고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를 고민을 하며 종이접기도 해보고 사과나 과자 등 물건을 들고 수 개념을 가르치려고도 열심히 노력해 봤다. 몇 달이 지나자 그 아이는 나와 친해졌는지 집에를 가면 나름대로 아는 척도 했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놓기도 했다. 하지만 날이면 날마다 같은 것을 반복해 몇 달이 지나도 아직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점점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엄마에게 걱정이 태산 같은 일이 생긴 것이었다. 그 학생의 집 근처까지 오던 학교버스가 노선을 변경하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만 오기 때문에 엄마가 그곳까지 가서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하는 것이었다.
그 엄마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학교버스가 오는 시간에 데리러 갈 수가 없어 일을 그만 두던지, 아이를 어딘가 다른 곳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 거리는 버스로 대여섯 정거장에 달하는 거리라 조금만 걸으면 굳이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는 길이었다. 그동안 학생의 집에 가서 별로 성과도 없는 숙제를 도와주는 일이나 일반 학교에서 하는 대로 자료를 색깔로 구분해 주기도 하고 물건을 사용해서 단어를 익히게 하는 일의 효과에 회의를 느끼던 나는 갑자기 너무도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엄마 대신 통학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데리러 가겠다고 자청을 했다.
처음에는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반갑게 맞아 손을 잡고 집까지 걸어오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기도 하고 주변 상가에 있는 물건들이나 길에 다니는 사람들의 옷 색깔이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기도 하고 묻기도 하며 즐겁게 알바 시간을 지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 손을 놓고 걷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조금 떨어져 뒤에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점점 내가 멀리 있고 스스로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아이는 주변 상가에 익숙해지며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집기도 해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도 했지만 그리 큰 문제가 없이 하루하루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혼자 걸어오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발전하는 모습이 나에겐 너무도 큰 행복이었다.
그 다음에는 집에 도착해서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냉장고에서 간단한 간식을 찾아 먹는 것까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했다. 그리고 나서 학교에서 가지고 온 숙제를 도와주는 일과 숫자를 세는 것이나 이름 쓰는 것 등을 가르치며 좀 더 교육의 중요성과 특수교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부모도 교육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대중교통의 이용이 쉽지 않은 곳이라 누구나 자동차를 이용하게 마련이다. 불편하더라도 장애자녀와 함께 버스나 전철을 타고 그로서리나 도서관, 병원 등을 스스로 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자립생활을 어려서부터 도와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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