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티베트 문제 이어 ‘구글 사태’로 마찰 심화
5월 예정 달라이 라마 방미
관계 악화에 기름 부을 듯
새해가 시작된 지 겨우 2주가 지났음에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대만과 티베트, 그리고 무역을 둘러싼 오래된 갈등과 구글의 중국 정부에 의한 해킹 주장, 그리고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군비 증강 등 새로운 문제들에 의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로 떠오르고 있는 미-중 관계를 둘러싼 마찰은 관계의 깊이와 유연성에 대한 중대한 시험이 되고 있다. 또 양국 지도자들의 실용주의와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 관계를 둘러싼 악화된 환경을 얼마나 수습하느냐가 양측에 긴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인터넷 검색 자이언트 구글이 중국 정부에 의한 해킹 주장을 제기하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대단히 심각한 우려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중국 검색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중국을 더 이상 거부하기 힘든 대규모 검색시장으로 여기지 있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는 중국의 군비 증강을 이 지역에서 미국의 행동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중국의 공격적인 조치로 본다고 밝힌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의 아주 솔직한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중 비즈니스위원회를 이끌었던 로버트 카프는 “머지않은 전방에 울퉁불퉁한 길이 놓여 져 있음은 자명하다”며 “우리는 양측이 적절한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각 이슈들에 대해 공동의 기반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구글 사태가 터지기 바로 전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두 나라 관계는 성숙하기 때문에 이견이 있다고 해서 탈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심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평가절하 했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클린턴처럼 공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학자들은 현재의 논란들이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경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주펭 교수는 이견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실제적인 양국관계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은 헬기와 PAC-3 대공미사일, 그리고 잠수함 건조를 위한 디자인 등 총 65억달러 규모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그동안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발표는 베이징의 심기를 자극해 왔다. 중국은 대만을 언제든 무력으로 합병할 수 있는 자국 영토로 간주한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발표가 나올 때마다 미국과의 군사적 접촉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항의해 왔다.
전문가들은 지난 주 중국의 미사일 실험을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양쳉준은 관영 세계일보와의 회견에서 “미사일 실험은 중국이 국가 안보와 중대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의지뿐 아니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로 남지나해에서 반복되고 있는 중국의 미 정찰함에 대한 적대행위 등 펜타곤의 우려는 이래저래 커지고 있다. 미 태평양 함대의 로버트 윌러드 사령관은 지난 주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베이징의 새로운 군사력 강화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움직임을 제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오는 5월 정도로 예상되는 오바마의 달라이 라마 접견도 양국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올 74세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간주하고 그가 국가정상들을 만날 때 마다 비난해 왔다. 베이징 정부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외국 정상들에 대해 수개월 간 관계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보복했다. 지난 12월에는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스 사르코지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EU 정상회담 참석을 취소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중국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지난 12월 중국 방문 뒤로 미루기도 해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티베트와 관련한 압력을 높이고 있으며 이번 달에는 팜 스프링스 영화제가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자 이 영화제에 출품 예정이었던 중국 영화 두 편을 철회했다.
한편 한동안 수그러드는듯 하던 무역 분쟁 역시 미국이 국내 경제상황 회복에 주력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 업계의 압력에 의해 중국산 타이어와 스틸 파이프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는 환율 조작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마찰은 북한, 그리고 이란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지고 있다. 이번 달 중국은 테헤란에 대한 유엔 제재에 반대했으며 북한은 중국이 주도하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지난 12월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의 중국 대표단의 오바마 냉대와 오바마의 중국 방문 기간 중 인권문제 언급이 미약했다는 비판에 곤혹스러운 행정부 관리들을 한층 더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성공과 전 세계적인 영향력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미국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고 있지만 이것은 역풍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중국 전문가 에드워드 프리드맨은 강조한다. “만약 중국 공산당 정권이 후 주석이 천명한 노선을 계속 간다면 2010년은 베이징과 워싱턴의 관계가 한층 더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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