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에 위치한 ‘도로스 아넥스(Doro’s Annex)’에 들어서자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라는 노래가사가 저절로 연상될 정도로 풋풋하고 아름다운 5명의 젊은 예비 플로리스트들이 인기 드라마 ‘가십걸’에 쓰일 소품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과 함께 한편에서 꽃다발을 다듬고 있는 소탈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뉴욕이 반한 꽃을 든 남자’ 정성모 대표다.
미 상류사회와 연예계의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며 뉴욕을 대표하는 한인 플로리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정 대표는 지난해 말 서울 청담동에 대형 매장인 도로스 아넥스 서울점을 오픈하고 25년간의 경험을 담은 자신의 꽃 철학으로 한국 업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978년에 유학와 학비를 벌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정씨는 82년 현재 알재단 대표인 이숙녀씨가 운영하던 도로스에서 일하게 된 계기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플로리스트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 남다른 성실성과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재능으로 빠른 시기에 고객층을 넓혀간 정씨는 업체를 물려받아 백인 게이들이 철통같은 주도권을 행사하던 뉴욕 플로리스트업계에 본격적으로 도로스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씨는 패션쇼 현장, 1급 호텔 행사, 고급 매장 쇼품 등 주요 이벤트 장소를 꾸몄고 아르마니, 발렌시아가, 카르티에,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돌체 앤 가바나, 도나 카렌, 에스카다, 구치, 베라 왕, 랄프 로렌 등이 그의 고객 명만을 채워갔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와 영화 ‘뉴욕의 가을’ 등의 현장이 그의 꽃으로 꾸며졌다.정씨가 한국 지점을 구상한 것은 약 3년 전. 도로스의 명성이 높아지자 수많은 한국의 플로리스트 지망 유학생들이 정씨를 찾아 조언을 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정씨는 “사업을 확장한다는 개념보다는 한국에 젊은 후진을 양성하고 한국 업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어서 지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씨가 보기에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꽃 시장의 규모가 자고 대부분이 웨딩에 편중되어 있다. 그나마 대형 업체들이 독점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창조적인 개인 플로리스트들의 활동 여지가 작고, 독창성이 부족하다.
“작품 자체도 뉴욕과 유럽에 비해 뒤지지만 화병을 비롯한 기타 장식물과 소품들의 사용도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도로스 서울점이 그런 부분에서 앞서가는 업체로 인정받고 싶은 것입니다.”정씨의 한국내 사업구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청담동 지점이 상위 0.3%를 지향하는 고급 매장이라면 좀 더 대중적인 시장을 위해 온라인 매장을 곧 오픈할 계획이다. 온라인과 오프라
인, 럭셔리 시장과 일반 시장을 아우르게 되는 셈이다.
꽤 유명해지고 돈도 벌었지만 정씨는 새벽같이 일어나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는 생활을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다. “유능한 매니저에게 대부분 업무를 맡기고 슬슬 관리만 하는 사장 스타일은 절대 못된다”라는 정 대표는 25년전이나 지금이나 꽃이 좋고 작업을 즐기는 프로페셔널이다. <박원영 기자>
도로스 아넥스의 정성모 대표(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인기 TV 드라마 ‘가십걸’의 소품으로 쓰일 꽃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도로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매장(오른쪽 사진)을 오픈하고 한국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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