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건강보험 개혁작업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다.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후임을 뽑기 위해 19일 치러진 미국 매사추세츠 특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연방 상원의 판세가 급변, 민주당 단독의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종전까지 민주당 60석(무소속 2석 포함) 공화 40석이던 의석분포는 이번 특별선거 결과로 민주 59 공화 41로 바뀌면서 공화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민주당의 이른바 `슈퍼 60석’ 구도가 와해된데 따른 것이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 후보는 몇주전까지만해도 민주당의 마사 코클리 후보에 두자릿수의 지지율 격차로 뒤져 패배가 당연시됐으나 41번째 상원의원으로 건보개혁을 무산시키겠다는 말 한마디로 지지율 격차를 박빙으로 좁히더니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역전에 성공했다.
브라운 후보는 매사추세츠의 민주당 지도부가 자신의 당선 확정을 미루면서 연방 의회의 건보개혁 법안 처리를 서두르려는 전략을 겨냥,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조속히 자신의 당선확정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사추세츠주의 규정에 따르면 주정부 및 의회는 투표일 후 10일 이내에 부재자 투표 개표를 끝내고 당선자를 확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으로서는 브라운 당선자가 워싱턴에 입성하기까지 최대 10일의 기한 내에 건보개혁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지만 이런 전략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상.하원의 단일안 마련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데다 단일안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의회예산국(CBO)에 보내 향후 예상되는 재정부담 규모를 산출하는데만 10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CBO의 평가를 거친 후 상원과 하원의 표결에 들어갈 경우 `41번째 상원의원’인 브라운 의원이 제동을 걸게 뻔하기 때문에 법안 통과는 불가능한 셈이다.
다른 한가지 시나리오는 매사추세츠의 주정부 및 의회가 연방 상원의 법안 처리 때까지 당선자 확정을 좀 더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다.
현행법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엄청난 정치적 역풍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한 묘안으로 상원의 배제한 채 하원만으로 법안을 가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하원이 자체 건보개혁법안을 가결했고 상원이 자체 법안을 12월에 가결했기 때문에, 하원이 상원의 법안을 수정없이 그대로 추인하면 건보개혁법안의 처리작업은 종결된다.
이 경우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이 자존심을 깔아뭉갠 채 `거수기’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상원 법안에 단 한 글자도 수정하지 않고 통과시켜야 한다.
민주당의 하원 원내대표인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건보개혁이 아예 무산되는 것보다는 상원 법안을 채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의 중도파들 가운데는 상원 법안 내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또 국가적으로 중대한 법안을 처리하면서 민주당이 정도를 걷지 않고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방법마저 여의치 않다면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공화당 상원의원의 이탈표를 노려야 한다.
메인주의 공화당 소속 2명의 여성 상원의원인 올림피아 스노우 의원과 수전 콜린스 의원이 한때 건보개혁안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공화 의원은 건보개혁법안 절충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공화당을 배제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독선적인 태도를 보인 점 때문에 입장이 완전히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민주당이 공화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초당적 합의로 절충안을 도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건보개혁의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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