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만에 족쇄 해제..11월 `금권선거’ 예고
오바마 대형 석유회사, 월가 은행 승리 발끈
앞으로 미국에서 기업들이 선거기간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당장 11월 중간선거부터 기업들에 의한 `금권, 흑색 선거’ 가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21일 기업들이 특정후보를 편들기 위한 선거광고에 돈을 쓰지 못하도록 1947년에 제정된 법조항과 관련, 헌법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지난 63년간 이어져온 현행법은 선거 이슈에 대해 찬반의견을 제시하는 기업의 광고는 허용했지만, 특정 후보를 거론하며 지지 혹은 비난하는 선거광고는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다.
이날 판결에서 보수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등 5명은 기업들의 선거광고 제한조항을 철회하는데 찬성한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등 4명은 기업의 헌법적 권리가 개인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특수 이익집단들의 돈이 정치권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도록 `통과 신호’를 보내준 것이라며 이는 미국 서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워싱턴D.C.에서 매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형 석유회사, 월스트리트의 은행들, 건강보험회사 등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번 판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회와 초당적인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검토중인 대응책 가운데는 기업들이 선거광고에 돈을 쓸 때는 주주들에 대한 사전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사법부의 결정에 강력한 반기를 들고 나선 이유는 전통적으로 친기업적인 공화당이 기업들의 선거광고 지원에 힘입어 11월 중간선거에서 약진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은 지금까지 기업보다는 노조의 지지를 주로 받아왔다.
대법원은 또 이날 판결에서 선거일 전 30일 동안은 기업, 노조, 비정부기구(NGO)가 선거관련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매케인-파인골드’법안의 제한규정도 해제했다.
이로써 앞으로는 선거일전 막바지까지 기업들의 선거광고가 허용됨으로써 상호비방전으로 인한 선거 혼탁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업 및 노조가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직접적으로 정치헌금을 할 수 없게한 현행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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