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한인이 도넛샵을 열었다. 위치는 바로 업계 최강자 ‘던킨 도넛’(서부에는 거의 없으나 동부에서는 맥도널드에 비견될 정도의 대형 프랜차이즈다) 건너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하나마나 한 싸움’으로 여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판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하지만 웬걸. 반년이 넘도록 문을 닫기는커녕 고객들로 북적였다.
물론 처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니다. 오픈 후 3~4개월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파리만 날리는 날도 허다했다. 가물에 콩 나듯 손님들이 왔다. 간혹 길 건너 ‘던킨도넛’ 사인을 잘못 봐 차를 몰고 온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경영 전략은 확고했다. ‘찾아온 손님들은 반드시 단골로 만들겠다’는 것. 손님이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객 맞이는 시작됐다. 차량 번호판과 함께 손님의 이름과 주문한 메뉴를 메모하고 외웠다.
‘123 도요타 캠리, 제임스 딘, 치즈는 빼고 에그만 들어간 머핀, 블랙커피’ 이런 식이다.
다시 찾아 온 고객에게는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고 “지난 번 먹었던 그 메뉴를 줄까요” 라고 물어본다. 자신을 기억하고 대접해주는 패스트푸드점에 손님들은 감동했다. 효과도 서서히 나타났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골들이 하나 둘 늘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승산이 없다고 단정한 ‘다윗과 골리앗’의 게임에서 고객의 마음을 파고 든 전략으로 승리한 것이다.
지난 해 10월 커피업계의 자이언츠 ‘스타벅스’를 누르고 UC버클리 역사상 처음 캠퍼스내 메인브랜드 커피샵을 오픈한 30대 제이 황씨도 ‘코리안 다윗’이라 부를 만하다.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 ‘JH 그룹’의 대표인 황씨는 시애틀에 본사를 둔 프리미엄 커피브랜드 ‘튤리스’로 UC버클리 입성에 성공했다. ‘스타벅스’는 UC버클리에 70만달러 도네이션까지 제시하며 공세를 폈지만 치밀한 플랜으로 무장한 황씨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고급 오개닉 커피와 리사이클 소재로 만든 컵을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 이미지가 UC버클리 정서와 부합된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 유수의 완구업체로 발돋움한 ‘빌드 어 베어 웍샵’(Build A Bear Workshop)도 ‘다윗식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세인트루이스의 작은 장난감 가게로 출발했지만 차별화된 컨셉으로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도 값진 성장을 일궈냈다.
인형이 탄생되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게 하고, 곰 인형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는 컨셉이다. 사실 ‘인형 안에 빨간색 천으로 만든 작은 심장을 집어 넣겠다’던가 ‘인형이 완성되는 순간 아이들이 소원을 빌게 하겠다’ ‘인형을 받기 전 소중히 다루겠다는 선서를 한다’는 등의 아이디어는 어른들의 시각에선 유치한 발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장난감을 제조한다는 차원을 넘어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벗을 만들어 준다는 개념을 도입,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비즈니스 경쟁의 역사 속에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다윗과 골리앗들이 존재했다. 이중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윗에 패배한 골리앗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훨씬 우월한 자본과 인력을 확보했지만 대기업에도 약점과 빈틈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골리앗 보다는 다윗 쪽이 더 많은 한인업주들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성경으로 돌아가서 다윗이 골리앗을 어떻게 꺾었는지 되새겨 보라.
“다윗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골리앗의 가장 큰 약점을 노렸다. 다윗이 골리앗 흉내를 내면 골리앗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방심하게 유도한 후 빠른 몸놀림으로 이러 저리 피하다가 빈틈을 보고 모든 힘을 돌팔매에 집중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이해광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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