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추세츠 이변의 주인공: 연방상원 당선자
그림 같은 뉴잉글랜드 타운의 주민들에게 스캇 브라운의 매일 운동은 그를 상징하는 낯익은 광경이다. 달걀을 파는 하드웨어 상점을 지나, 펌킨 파이가 맛있는 베이커리를 지나 그는 매일 달린다. 헤드폰은 안 낀다. 때로는 딸과 함께 달린다. ‘매우 빠르게’- 스피드는 ‘브라운 스토리’를 관통하는 주제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주 상원의원이 순식간에 매사추세츠 주 정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전국 공화당의 게임플랜을 다시 쓰게 했으며 워싱턴에서 최대 과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개혁법안에 치명타를 가한 것이다. 지난주 마샤 코클리 민주당 후보를 제압한 그의 승리는 하룻밤 사이 무명이었던 한 사람을 단숨에 ‘정치적 민중 영웅’의 반열로 밀어 올렸다. 그는 리버럴의 상징이었던 고 에드워드 케네디의 의석을 잡아챈 것이다. 그의 캠페인은 앞으로 다각도로 분석되어 공화후보들의 교과서가 될 것이며 워싱턴에 데뷔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가 ‘보통 사람’ 캠페인의 상징으로 애용했던 그의 GMC 트럭의 판매량도 오를 것이다.
‘멋진 보통사람’패키지 속 내용물은 무엇인지…
브라운은 ‘평범한 보통사람’ 컨셉의 잡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50세인 그는 아직도 활발한 철인 3종경기 참가자로 한 때 모델이었으며 TV리포터와 결혼했다. 결손가정 자녀에서 자수성가로 아름다운 가정의 주인이 되었다. 부동산법 전문변호사와 주 상원의원에 더해 육군 방위군 중령과 육군법무감으로도 활약한다. 카리브해 아루바 섬에 타임쉐어 별장도 있다.
그러면서도 브라운은 느린 경기회복 때문에 좌절하면서 의회의 헬스케어 전면개혁에 분노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에 다가갔다. 평소 잦았던 말실수 습관도 이번 캠페인에선 성공적으로 관리하면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유권자의 정서에 자신을 꾸준히 심어갔다. 상원의 ‘41번째 공화당 의원’으로 헬스케어 개혁안을 빠르게 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권자들이 그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내세우기 원한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지요. 사실 누구라도 될 수는 있지만 그의 외모와 가족과 트럭 - 이것들을 합해 놓으니 아주 멋진 패키지가 된 것이지요”라고 그의 캠페인을 도운 밥 헤드런드 주 상원의원은 말한다.
그 ‘패키지’의 내용물 중엔 아직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브라운은 공화당이 약한 소수당인 매사추세츠 주 의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상원의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표해온 입장은 좀 미묘하다. 반대파들은 ‘편리주의’라고 표현한다.
연방의회의 헬스케어 개혁안 저지를 공약했으나 그는 유사한 내용의 매사추세츠 주 헬스개혁안은 지지했다. 연방의 탄소방출 감축 위한 상한-거래제 정책은 반대하지만 주정부 차원의 같은 대책은 찬성했다. 지금은 ‘실수였다’고 말한다. 낙태권은 지지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임신 후반의 낙태금지를 지지하며 의사가 자신의 종교적 이유로 강간피해자에게 임신중절 약 처방을 거부하는 건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코클리 후보는 그의 빈약하고 당파적인 주 상원기록을 공격했으나 브라운은 자신을 독자적인 “스캇 브라운 리퍼블리칸”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선거 승리 후 주 전역의 공화당원들은 “이제 우리는 모두 스캇 브라운 공화당원”이라고 외쳐댔는데 일부 정계인사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시인했다.
이에 비해 브라운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그가 아기였을 때 이혼한 부모들은 그 후 각각 3번씩 재혼을 거듭했으며 엄마는 웰페어에 의존해 살았다. 때론 조부모와 함께, 때론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가정은 늘 불안정했다. 11세부터 서머스쿨 등록 등 자신의 교육까지도 스스로 챙겨야 할 정도였다. 농구공을 던지며 학교 주차장을 배회하던 그는 12세 때 동네 상가에서 레코드판을 훔치다 체포되었다.
브라운은 그 사건이 자신의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그의 케이스를 담당했던 판사는 어린 ‘절도범’에게 사정을 물었다. 불우한 환경을 털어놓은 그는 자신은 농구를 좋아하며 자신을 우러러보는 이복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 때 판사가 물었다. “네가 교도소에서 농구하는 걸 동생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니?” 판사는 그에게 에세이 쓰기로 형량을 대신하게 했다. 그 후 정신을 차린 그는 고교 농구선수로 활약했고 농구 특기로 보스턴 터프츠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 육군 방위군에 입대했다. 그 후 30년동안 ‘미군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온 그에 대해 딸 아일라는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엄격하게 절제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졸업 후엔 매사추세츠 주 정치후보생 양성소로 알려진 보스턴 칼리지 법대에 들어갔다. 법대 친구들은 그가 공직에 출마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겐 걱정거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등록금부터가 그랬다.
키 6피트2인치의 핸섬한 그는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코스모폴리탄 잡지의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선정되었다. 상금 1,000달러를 받았으며 그의 누드사진은 잡지 센터폴드에 실렸다. 그는 전문 모델이 될까하여 잠시 뉴욕으로 갔었으나 곧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23년전 결혼한 그는 두 딸을 두었다. 21세의 큰 딸 아일라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준결승까지 올라간 노래실력을 자랑하며 아내 게일 허프는 보스턴의 ABC방송인 WCVB-TV의 베테란 기자다.
92년 사정관 출마로 공직에 들어선 그는 2004년 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으며 이번 선거가 9번째 공직 출마다. 케네디의 남은 임기를 채운 후 2012년 재선에 임해야 한다. “정책을 좋아하는 정치가가 있는가 하면 캠페인을 좋아하는 정치가도 있다. 브라운은 후자에 속한다”라고 한 공화당 공직자는 말한다.
‘우리 보통사람들의 대변자’로 인기를 모은 캠페인에서의 브라운. (AP)
지난주 민주당 아성 매서추세츠주 연방상원 보선에서 승리를 거둔 공화당 후보 스캇 브라운이 자신의 당선소식이 담긴 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딸 아일라. (AP)
법대생 시절이던 1982년 6월호 ‘코스모폴리탄’ 잡지에 센터폴드로 실렸던 22세의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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