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아이티를 떠난 이후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성공한 프리츠 아만드는 그동안 자신의 기술이 고국에선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자주 느껴왔다. 아이티에 탈염시설과 휴대용 발전기 공장 등을 지으려던 그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는데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는 것. 미국시민이 되었을 때 아만드는 아이티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적을 포기 당했다.
의사·엔지니어 등 전문직 대거 현장으로 달려가
과거 푸대접하던 아이티 정부 “도와달라” 읍소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이주한 고학력의 아이티 이민들은 고국의 발전을 위해 일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지진 참사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이전의 적대감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한때 미국 여권을 소유한 공직자들을 모조리 축출하기까지 했던 아이티 정부는, 이제 리더십도, 능력도 다 상실한 채 해외의 아이티 인들에게 도움을 읍소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티 이민들은 힘을 합해 이 호소에 답하고 있다.
지난 주 몬트리올의 한 회의에서 장-맥스 벨레리브 수상은 “이민들이 단결해 우릴 도와주어야 한다”면서 “다른 대안이 없다. 여러분이 적극 나서서 아이티를 도와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수상이 요청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미 마이애미의 아이티아메리칸 간호사협회, 뉴저지의 아이티 리그는 수십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아이티로 보냈으며 캐나다에선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수백명의 아이티인들이 아이티로 가서 도울 수 있도록 정부에 무급휴가 허용을 강력추진 중이다.
아이티이민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미주기구(OAS)는 아이티 재건 플랜을 만들기 위한 국제 모임을 다음 달 개최할 예정이다. 이 플랜에는 아이티계 해외이민들과 정부 및 비정부 단체들과 건설관계자들이 참가하게 된다.
플로리다주 공공사업 디렉터를 역임한 바 있는 아만드(53)도 곧 아이티아메리칸 엔지니어 및 과학자협회 회원들과 함께 아이티로 가서 교각 안전도검사와 난민 캠프 위생시설 건설 등을 도울 예정이다. 이번엔 장관 초청으로 아이티에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티 정부의 ‘새로운 태도’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일부 이민들은 정부 관리들이 정부의 부패가 드러나거나 일자리를 뺐길까 두려워 해외 이주민들을 멀리했던 점, 이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점들을 쉽게 잊지 못한다. 사실 그동안 이민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수십억 달러는 반기면서 그들의 전문적 기술은 거부한 것이 아이티 정부의 태도였다.
아이티정부가 해외동포들로부터 원하는 것이 단지 돈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선 정책부터 변경해야한다고 몬트리올 퀘벡대학의 정치학교수로 재직하는 아이티 태생 샤메르 라로제는 말한다. “현재론 우린 관광객의 신분으로밖에는 아이티를 갈 수 있으니까요”
해외이주 아이티인들은 최소 200만명에 이른다. 그중 미국이민은 50여만명으로 남부 플로리다와 브룩클린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월드뱅크 통계에 의하면 2008년 전 세계 아이티인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돈은 13억달러로 외국 원조기금보다 훨씬 많았다.
아이티계 이민중엔 전문직과 기업가 등 성공한 엘리트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아이티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아이티보다 미국에 아이티인 의사들이 더 많다”면서 이번 지진은 새로운 협조 정신을 일으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이티에 IT관련 비즈니스를 오픈했던 30세의 해리 캐시미르는 “돈과 권력을 가진 아이티의 엘리트 그룹은 나처럼 해외에서 온 젊은 세대를 두려워했다. 우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대부분의 각국 정부들은 아이티처럼 부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일요일 마이애미 리틀 아이티 지역의 노트르담 천주교회 레지날드 장-메리 신부는 아이티 정부를 향해 촉구했다. “지금은 모든 정치를 중단할 때입니다. 이제는 해외 이민들을 향해 아이티를 오픈할 때입니다”
최근 멕시코와 컬럼비아 같은 국가들은 해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허용했다. 아이티도 지진 발생 전부터 해외 아이티인들에 대한 참정권 확대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분간 해외의 아이티인들에게 이런 어젠다들은 모두 뒷전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국의 재건을 돕는 일이다. “우리는 물론 이곳, 미국에 삽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마음은 전부 아이티에 가 있습니다”라고 아만드는 말한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마이애미의 노트르담 아이티 천주교회에서 레지날드 장-메리 신부가 지난 일요일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날 아이티 디아스포라에 관해 설교했다.
아이티 이민인 프리츠 아만드가 노트르담 아이티 천주교회에서 아이티로 보낼 구호품을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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