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이준수목사·문현정씨 부부
살아 갈수록 ‘멋진남자’‘천사표 아내’
“천사는 하늘에 있죠. 우린 땅에서 서로 사랑할 뿐입니다”
남편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아내를 ‘천사’라 부른다. 하지만 아내 생각은 다르다. 똑똑하고, 자상하며, 유머러스한 남자를 만나 사랑했고, 매일매일 달라지는 그 남자를 코앞에서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 결혼했다. 그들을 이어준 것은 봉사나 헌신, 원대한 비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랑’이라고 이들 부부는 말한다.
10년 전 밸런타인스 데이에 사랑을 고백한 뒤 그해 결혼해 쌍둥이 남매를 낳고 10년째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남편과 비장애인 부인의 이야기가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사랑의 참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 남가주 밀알선교단에서 문화사역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준수(41) 목사와 부인 문현정(37)씨가 주인공이다.
문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녀의 남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커플은 여느 부부처럼 함께 드라마를 보고, 같이 침대에 누워 ‘우리는 지금 구름 위에 떠 있는 거야’라는 유치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킥킥 웃는다. 이 목사는 여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고마워’ ‘미안해’ ‘힘들지’ ‘사랑해’라는 말을 너무나 잘 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두 사람은 1999년 11월, 영화 ‘접속’처럼 컴퓨터 통신을 통해 처음 만났다. ‘한글 600타’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 목사는 책, 영화, 음식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두 사람 모두 전공이 불어불문학이라 통하는 것이 많았다.
당시 UCLA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던 이 목사는 한국에 있는 문씨를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기 전 장애인이라 고백하며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라는 글을 보냈다.
역경을 딛고 성실하게 살아온 모습이 담긴 주옥같은 간증문이었다. 한 남자로서의 매력은 충분했다.
서울에서 처음 만난 이 목사는 지적이며 내면이 강한 남자였다. 7년간 혼자 유학생활을 했을 정도로 독립적이라면 그의 장애가 생활 속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부인 문 씨는 두 번째 만났을 때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미국으로 건너와 2000년 11월 LA에서 결혼했고, 10년이 지나는 사이 세 살짜리 쌍둥이 남매 조앤과 브라이언이 생겼다.
“남편이 가진 내적 강인함이나 지적인 면, 듬직한 체격, 자상함은 장애를 덮고도 남을 정도에요. 이렇게 멋진 남자를 만났는데, 휠체어 정도는 밀 수 있지 않겠어요?”
문씨는 “상대방을 보다 나은 사람이 되도록 세워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준수씨를 만나 인생을 다시 보고, 성장하고 성숙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됐으니 사랑은 내가 더 많이 받은 셈”이라며 이 목사를 바라봤다.
이 목사 역시 “사랑은 처음엔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참고, 인내하며, 배려하고, 이해하면 날마다 쌓여지는 것”이라며 “아내는 꽃다발 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좋아해서 올해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화장품을 선물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김동희 기자>
올해로 결혼 10년째를 맞는 이준수ㆍ문현정 부부가 쌍둥이 남매 조앤·브라이언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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