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도록 미국 현대 정치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정치 명가 케네디 가문이 워싱턴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패트릭 케네디(민주.로드 아일랜드) 하원의원이 지난 11일 올 가을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패트릭 케네디가 내년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되면 워싱턴의 의회와 행정부에는 케네디가 출신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상원의 사자’(Lion of the Senate)로 불리며 47년동안 상원을 지켜왔던 에드워드 케네디가 지난해 8월 타계할 때 케네디가의 종막은 예견됐었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케네디가의 정치생명을 잇기 위해 그의 부인 비키 케네디,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던 조카 조지프 케네디 2세의 출마를 권유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모두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케네디가의 워싱턴 정치무대 등장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지난 1946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면서부터였다.
이후 케네디가는 대통령 1명,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각료 1명을 배출하면서 워싱턴 권력을 쥐락펴락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도 형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법무장관으로 일하다 1965년부터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활약했고,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다 1968년 유세도중 암살돼 형의 불행한 전철을 밟았다.
막내 에드워드는 1962년 29세 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화려한 정치경력을 이어나갔다.
1세대의 케네디 형제들은 대통령을 지냈거나 모두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등 중앙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2세대들은 비록 정치적 명맥을 이어가긴 했으나 아버지 세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기용되면서 공석이 된 뉴욕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려 했지만 가문의 후광과 재력 이외에 정치적 재능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정계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로버트 케네디의 장남 조지프 케네디 2세는 1987년부터 99년까지 연방하원의원을 지냈지만 그 이후 정치의 뜻을 접고 현재 비영리 자선단체 활동에 헌신하고 있다.
지난 1988년 21세 때 주(州) 하원의원에 당선돼 1994년 연방하원에 입성, 현재 유일한 케네디가 정치인인 패트릭 케네디도 불출마 선언을 하며 우울증, 마약 중독증, 자폐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에드워드의 사망이 케네디가문 1세대의 정치무대 퇴장이었다면, 수개월여만에 이뤄진 그 아들의 불출마 선언은 워싱턴 정치무대에서 케네디가문의 종막을 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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