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쓰는 사자성어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대기만성이다. 살아오며 실패할 때도 여러번 있었는데 이 말을 되새기며 큰 그릇은 오랜 세월이 지나야 이루어지고 빛이 난다고 다짐하며 자위했다.
큰 그릇이 되기에는 역부족인 나는 큰 그릇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러 꿈을 추진해 나가는가보다.
토마스 에디슨은 엄청나게 노력하였고 실패도 많이 했지만 결코 중도에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즐겨 쓰는 생활의 이기들을 발명했다. 그는 1,000번 실패는 연습이라고 하며 1,001번째 도전을 해서 성공하기도 했다.
많은 음악가들 역시 쉬지 않고 노력하나 경합에 떨어지더라도 그것을 실패라 하지 않고 준비 과정이라고 하며 큰 그릇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을 위한 기폭제로 삼으며 자신을 추스리고 다시 도전을 한다.
마음의 자세가 우리들을 성공에 이르게 한다. 근래에 참 아름다운 이야기를 접했다. 이제 나이 70이 되니 젊은이 같은 만용은 그만 부리고 좀 쉬엄쉬엄 살아야 되지 않나 하던 나의 생각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었다.
94세 되는 여류화가 칼멘 헤레라의 인간 승리 이야기이다. 그는 60여년간 선을 주제로 한 추상화를 그리고 기회 있을 때 작은 규모의 전시회를 하던 무명 화가였다. 그러다가 89세가 되는 몇 해 전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작품 활동을 하루도 쉬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은 채 예술에만 혼신을 바쳐왔다고 한다. 쿠바 출신인 이 화가는 1930년대에 미국남자와 결혼하고 뉴욕에 정착하며 전통적인 유럽풍 생활을 즐겼고 한때는 파리에 가서 미술공부를 하기도 했다. 선을 위주로 하는 그림을 그리던 헤레라는 다시 미국에 돌아와 인상파가 주축을 이루던 당시에 선을 모델로 하는 추상화 작품 세계에 몰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그의 추상화 작품은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더구나 여류화가의 추상화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영어 선생인 남편의 도움과 권고로 끊임없이 예술세계를 구축해갔다.
미술계가 그를 발견한 것은 남편이 98세로 세상을 떠나고 난지 얼마 후였다. 남편은 무명 화가인 부인의 스폰서였고 인생의 반려자였다. 화가는 2004년 우연한 기회에 기하학적인 추상화 작품을 찾던 맨해턴의 한 갤러리에 의하여 발견되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대단한 발굴이라 하며 당시 미술계를 흥분시켰다고 한다.
부와 명예에 관심이 없던 그녀가 89살에 미술계에 등단하게 되었다. 맨해턴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예술 세계에 몰두한 그녀에게 평생에 만져 보지 못한 거금이 들어오기 시작 했다고 한다. 그동안 헤레라는 작고한 남편의 은퇴연금으로 겨우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작품 하나에 4만 내지 5만 달러에 팔리기 시작했고 어떤 미술 수집가들은 5,6개씩 구입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어떤 화가가 “우리말에 버스는 항상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며 축하하자 그녀는 재치 있게 “나는 94년간 기다렸다”고 대답하여 박수를 받았다. 미술가의 길이 어려워 여러번 포기하려 했지만 본인의 끈기와 세상을 떠난 남편의 권유로 지금까지 버티며 큰 그릇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매일 새 아침을 맞으며 어제 있었던 실패는 연습으로 접어두고 새날을 향하는 다짐이 우리를 완숙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시작되는 아침에 우리는 매일 매주 매달의 목표를 정해야 될 것이다. 94세에 도착한 그녀의 버스를 환영하는 헤레라 화가를 보며 나도 남은 4반세기 큰 그릇 완성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종혁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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