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16일 도쿄에서 있었던 윤동주 문학행사에서 만났던 이수경 교수(일본 국립도쿄교육대학)와 윤동주의 모교 릿교대학에서 윤동주 추모행사를 맡았던 유시경 신부(성공회) 외에 관계자 여러 사람들<사진>로부터 편지가 왔다.
이수경 교수는 교육자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한·일 근대사론을 맡아 독도문제, 종군위안부 문제, 일제 때 강제연행 노동문제, 등 한·일관계의 현안까지 연구 강의해야 하기 때문에 그 증거자료 수집을 위해 늘 전쟁터의 전사 같이 긴장하고 있단다.
이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편지 한 장을 찾기 위해 일본 각 지역을 찾아다니기도 했고, 일본인 학자들, 일본 정부에 정신대 사과를 강요하는 양심 있는 일본인들, 윤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과 교류하면서 학자로서 한일합병 100년을 의미심장하게 맞고 있다.
만약 우리가 6.25전쟁을 겪지 않고 역사 연구를 서둘렀더라면 많은 자료들의 소멸을 방지했을 것이고, 당시 현장을 지켜 본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의 만행을 더 정확히 밝힐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 해방을 몇 달 앞두고 생태실험 주사를 맞고 옥사한 윤동주의 죽음도 후쿠오카 감옥의 간수들이 생존했을 때 조사했더라면 더 확실히 그 전모를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하긴, 우리가 까맣게 그를 잊고 있을 때 윤동주를 좋아하는 한 일본인 의사가 그 사실이나마 뒤늦게 밝히게 돼 다행이지만.
뿌리 없는 나무가 생존할 수 없듯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우리 선진들을 늘 기억하며 그분들의 애국심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왔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력으로 실력을 쌓아 일본과 정당한 문화교류로 그들의 과오를 반성케 해야 할 것이다.
이수경 교수가 이창엽 코치를 인터뷰하면서 그가 일본에서 겪은 수모와 피나는 노력의 과정을 듣던 순간 뜨거운 피가 솟구쳐 전신을 감도는 전율을 느꼈다면서, 제2. 제3의 이승엽과 김연아가 나와야 도쿄 돔에 일본인들의 한국말 응원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고, 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우리 스타들도 더 많이 나와야 된다고 했다.
지금 일본 국수주의자들은 한·일 문화교류로 일본인들의 민족정신이 해이해 질까봐 맹비난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화교류를 방해하고 있다. 우리는 윤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과 교류하며 그들 스스로 과거의 잔악성을 인정 사죄하게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문학이 할 수 있는 힘이고 상처의 힐링이다. 다행히 일본에서 윤동주 문학운동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윤동주를 기억하고 그의 작품을 귀히 여기고 있는가. 우리가 윤동주를 잊으면 윤동주의 작품을 그들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비록 내 것이라도 내가 지키지 못하면 습득한 사람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윤동주가 겨우 한 학기 몸담았던 릿교대학은 윤동주 장학사업을 하고, 그 동창회(윤동주 기념 사업회 회장/야나기하라 야수코)는 윤동주 작품을 원어로 이해하기 위해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매해 여름 우리 산장에서 윤동주 문학의 밤을 열고 그의 작품낭송과 암송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민족 시인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이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어야 한다.
윤동주는 죽어서 민족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살아 남아있을까? ‘100년 전 그 일만 없었더라면’ 하고 통한할 게 아니라 이제 그 일을 교훈 삼고 나태하거나 교만해지지 말고 최후의 승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성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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