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적은 나 뿐이다.”
밤늦게 열린 제 21회 밴쿠버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에서 최고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의 소감이다. 아시아 여성으로 처음 정상에 오른 김연아는 ‘금메달 중의 금메달’을 받은 후 그동안의 각고의 인내와 고통을 아름다운 미소로 꽃 피웠다.
은빛 축제 열기 속에서 메달을 따기까지 김연아의 눈물어린 노력은 눈과 얼음을 더욱 빛나게 했다. 경기에 앞서 김연아는 “나에게는 적수가 있을 수 없다. 나의 적은 내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13일) 스포츠 섹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다. 역사적인 금메달을 위해 오로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매일 견디며 이겨 나가는 습관을 키워 나갔다. 빙판의 현란한 꿈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수많은 부상, 발의 물집과 흐르는 피, 그리고 아픈 고통을 ‘미소’로 넘겼다. 빙판에 내동댕이쳐진 몸은 수만 번을 혼자 일어서야만 했다. 결국 올림픽을 향한 도전과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고 무엇도 좌절시킬 수 없었다. 금메달은 절대 목표물이 되었다.
사실 금메달은 신이 점지하는 선물이다. 기량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축복과 운도 따라 줘야 한다. 미국의 미셀 콴도 끝내 월계관은 쓰지 못했다. 빙판위의 고난이도 연기가 쉽지 않은데다 동계 올림픽은 한번 기회를 놓치면 전성기를 지나치기 쉽고 후배들에게 추월당하기 일쑤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절정에 오른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녀의 강점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과의 투쟁 심리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적수는 오직 자신뿐이었다.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신흥 초등학교 1학년(1997)때의 꿈을 마침내 고려대학교 2학년(20세)이 되어 이룬 것이다. 16세(2006)에 시니어 첫 금메달은 따고 난 뒤부터 지난해 3월 세계 선수권 대회를 포함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전부 우승하는 실력을 과시했다.
‘피겨 여왕’으로 수입도 금메달이다. 지난해의 수입만도 세계적인 선수 중에 가장 많은 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이티 지진 복구사업에 100만 달러를 기증했다. 미국서도 ‘원더우먼’으로 대범한 자세로 어필하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 가냘픈 여성의 ‘험난한 가시밭길’에 백합이 만발한 ‘인간 승리의 통쾌함’을 칭찬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금메달은 사실 100년 만의 경사다. 미국 선교사 질레트가 한국에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소개(1905)한 이후 첫 열매를 거둔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은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김연아의 연기는 영화 ‘007 주제곡’에 맞추어 2분 50초 동안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관객들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다. 영원한 예술성을 담아 낸 투혼으로 자랑스런 한민족의 위상을 드높였다. 인도의 타고르 말대로 “여인이여, 반은 여성이고 반은 꿈이로다”를 감상하는 듯 했다.
한인 여성들이 모두 다 자랑스러워진다. 챔피언의 기질과 꿈이 부럽다. 코리안은 훌륭한 어머니들이 나라의 동량이라서 다행일까. 금메달을 쟁취한 김연아의 기량과 예술성은 감동적이다. “내 적은 나일뿐”이라는 정신이 참으로 훌륭하다. 자신을 알고 해결하는 자세가 정답인 듯하다. 자신을 정복하자. 내 안의 나태함, 절망감, 열등감, 소심함 등 부정적인 요소들을 극복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는 나를 이겼노라“ 외쳐보자.
김현길 /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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