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큰손들이 그리스의 부채 규모를 감추는 일을 도왔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투자가들은 파산에 직면한 그 나라에 돈을 꿔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리스 위기에 월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비판과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FRB가 수익성이 높고 잘 알려지지 않은 파생증권을 돈에 쪼달리는 유럽 여러 나라에 공급해 온 월가 투자 회사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스 금융위기가 몇 주째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그곳 노동자들까지 유럽 최대의 재정 적자국인 그리스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자 이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이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작년 그리스의 재정 적자는 GDP의 12.7%에 이르렀다.
FRB, 골드만삭스 등 월가 큰손 조사 착수
파생증권 통해 론을 외환거래로 위장 혐의
지난 주 무디스는 스탠다드&푸어와 함께 그리스 정부 채권에 대한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는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그리스는 향후 수개월내 340억달러라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 부도 사태가 벌어지면서 다른 유럽 나라들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그리스 정부 관리들은 그리스 채권에 대한 투자가들의 수요가 감소하자 투자 유치를 위한 미국과 아시아 순방 계획을 취소했다. 유럽 연합은 그리스가 3월 16일까지 재정 적자를 줄일 방도를 내놓을 때만 도와주겠다며 그리스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IMF 전 채권 담당 위원인 미란다 자파는 “그리스가 재정 적자를 0로 줄이더라도 6.5%의 이자를 물고 경제 성장률이 0일 경우 그리스 채무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에서 필요한 돈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수년 간 엄청난 재정 적자를 쌓아왔지만 지금까지는 큰 은행들이 늘 구제해줬다. 2002년과 2001년 골드만삭스는 조용히 수십억 달러를 빌려줘 그리스의 재정 적자가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 때 파생 증권을 이용, 유럽 규정에 따라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외환 거래 형식으로 론을 위장했다.
벤 버낸키 FRB의장은 지난 주 FRB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큰 손들의 그리스 파생 증권과 관련된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연방의회에서 밝혔다. 그는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규제되지 않은 채 공개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파생증권이 그리스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해 회사나 나라에 불안을 가져오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SEC는 “조사를 벌이고 있는지를 확인해 줄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며 그러나 미국과 국제 감독관들과 함께 파생증권의 남용과 불안정 효과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은 법적 문제에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회사 방침에 따라 코멘트를 거부했으나 지난 21일 “그리스 정부는 이를 사용한 거래가 유럽 연합의 통계당국인 유로스탯의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혀왔으며 우리도 이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파생증권을 공급한 회사는 골드만뿐이 아니다. 90년대 말 JP 모건 체이스는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외환 거래를 유리한 방향으로 해줬다. 그 대신 이탈리아 정부는 채무로 기재되지 않은 상환에 합의했다. JP 모건 대변인은 이탈리아 정부가 이 모든 사실을 유로스탯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연방 상원 은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다드 의원도 은행과 헤지 펀드들이 회사나 나라가 부도날 때에 대비해 사두는 크레딧 파산 스왑이라는 파생 증권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비판자들은 이것이 그리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재정 파탄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주요 금융 기관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에 따르면 FRB의 조사는 3주전 시작됐다. 연방 감독관들은 골드만을 비롯한 주요 투자 은행들이 파생증권과 관련 2007년 FRB가 내린 지침을 충실히 따랐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아직 초기 단계로 파생 증권이 어떻게 만들어져 지침을 어떻게 따랐으며 어떤 내부 분석이 있었는가와 관련된 자료를 보는 중이다. FRB는 이들이 그리스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어떤 거래를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들 거래에 대한 불안이 투자가들로 하여금 정부가 파산을 막기 위해 수십억 유로를 신속히 마련할 수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스는 이번 주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40억달러를 마련할 계획인데 이것이 성공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가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7%라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투자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투자가들이 받은 6% 이자보다 1%, 이번 위기 이전보다는 3% 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투자가들 사이에 회의가 높아지면서 그리스는 새로운 융자 지침을 마련했다. 공개 경매를 통해 채권을 팔았다가 실패할 경우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관 투자가들을 바로 찾아가 런던에서 1대1 미팅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는 정부가 지금 바로 시장에 뛰어드느냐 아니면 증세와 지출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한 후 가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금융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가들 사이에는 이미 비관적인 전망이 퍼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4월과 5월 만기가 돌아오는 200억유로의 부채와 연말까지 갚아야 할 530억유로의 상환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액수가 투자가들로부터 얻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대부분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은퇴 펀드와 보험회사들은 이미 지난 1월 발행된 80억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샀다가 신용 등급이 내려가는 바람에 손해를 본 상태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