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들려왔다. 천재의 출현이다. 열 두 살짜리 소년이 중원 대륙의 바둑계를 제패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프로기사에게도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과연 믿을 수가 있을까.
일본 기원은 고단자를 북경에 보낸다. 소년은 고단자와의 승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여론이 형성됐다. 그 천재 소년을 데려와 재능을 개발시키자는 것이다.
일이 진척됐다. 당시 일본기원의 부총재 오오쿠라 남작은 재정스폰서를 서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혔다. 정부당국자가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런 중국 천재가 일본에 와 재능을 꽃 피우면 일본 기사들은 패하기만 할 것 아닌가.” 그가 보인 우려였다고 한다.
일본기원 관계자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계속 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천재를 이기겠다는 각오로 일본 기사들이 저마다 기량을 갈고 닦을 때 일본 바둑은 엄청난 발전을 할 것입니다.”
1920년대의 일이다. 그 중국의 천재 소년기사는 오청원이다. 우려대로 오청원은 일본에서 무적시대를 연다. 그 오청원을 따라잡기 위해 일본 기사들이 기량을 갈고 닦으면서 일본바둑은 엄청난 발전기를 맞는다.
한국바둑도 비슷한 경로를 겪는다. 천재가 출현했다. 조훈현이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조훈현은 모든 타이틀을 석권하면서 한국바둑의 지존으로 군림한다. 조훈현을 타도하라. 한국기사들의 구호였다. 그리고 저마다 칼을 갈았다.
그 결과 한국바둑은 눈부신 발전을 한다. 거기다 ‘조훈현 키드’들이 성장하면서 한국바둑은 천재들의 전성기를 맞으며 이윽고 전 세계바둑계를 질타한다. 일본을 제치고 바둑 종주국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유창혁, 이창호, 이세돌로 이어지는 천재계보가 그것이다.
아직도 그 감동이 남아 있다. 한국의 김연아가 전대미문의 대기록으로 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의 하나는 아사다 마오란 또 다른 피겨 천재 소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데뷔할 무렵 김연아는 주니어 대회에서도, 또 시니어대회에서도 마오에게 계속 패배를 당했다. 그래서 일기장에 “왜 하필 나와 같은 시대에 마오가 태어 났는가”하며 한탄을 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김연아의 빛나는 금메달은 아사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로를 의식했다. 때문에 최선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결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대회는 지고한 명승부가 펼쳐진 그야말로 감동의 무대가 된 것이다.
비유하자면 그 둘의 관계는 소니와 삼성 같은 게 아닐까. 제2의 제3의 김연아가 탄생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또 다른 아사다 마오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 마오에게도 갈채를 보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