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 시간이면 전 국민이 TV 앞으로 모여들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하루 종일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시청자는 줄어들고 광고시장은 좁아지면서 TV 뉴스 방송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케이블 방송을 갖고 있는 NBC가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뿐 전통적 TV 뉴스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ABC와 CBS는 기구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케이블, 인터넷 넘쳐나며 TV뉴스 인기 하락
ABC· CBS “이대로는 안된다” 대폭 감원
케이블 방송 둔 NBC 뉴스만이 흑자 경영
ABC 뉴스가 보도국 직원을 대대적으로 줄인다.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전체 인원의 1/4에 달하는 4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기구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존 본능 때문이다.
지난주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데이빗 웨스틴 ABC 뉴스 사장은 “향후 5년을 내다본 결과 지금처럼 해나갈 수는 없겠다는 우려가 생겼다”고 말했다.
ABC 뉴스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전략적 긴축에 돌입하기는 마찬가지다. NBC가 지난 몇 년간 사업규모를 대대적으로 축소했고, 이미 적자인 CBS 역시 지난달 70명 정도를 줄였다. 이들 TV 뉴스 중 NBC 만이 흑자를 내고 있는 데 다른 TV들에는 없는 케이블 뉴스 채널 MSNBC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ABC 뉴스와 CBS 뉴스가 직면하고 있는 재정적 문제는 많은 부분 신문사들이 맞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그 대응책으로 대대적 감원과 경비 절감에 나서는 것도 같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축소를 한다고 다시 번창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진짜 이슈는 어떻게 하면 이윤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해답은 NBC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NBC는 다른 뉴스 방송들과 달리 연간 4억달러 정도의 이윤을 내고 있다. NBC 뉴스의 스티브 케이퍼스 사장은 “우리는 사실 전혀 다른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TV 방송 쪽에서는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고 재정적으로는 MSNBC의 광고수익과 케이블 수신료에 의존해서 비싼 취재 경비를 담당하는 모델이다.
당연히 ABC와 CBS도 케이블 뉴스와 손을 잡으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파트너는 물론 CNN이다. 하지만 1980년 개국 이래 지난해 최대의 이윤을 낸 CNN으로서는 서둘러 이들 방송국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그런가 하면 ABC나 CBS로서는 CNN에 편집권을 양보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조만간 ABC나 CBS는 CNN 같은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게 불가피하고 이미 그런 조짐이 없지 않다. CNN의 몇몇 스타들은 얼마 전 CBS의 ‘60분’ 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CBS의 중역들은 케이티 쿠릭의 계약이 1년 여 있으면 끝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CNN의 앤더슨 쿠퍼에게 앵커 직을 거론하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몇 달 전에는 ABC 뉴스 기자 몇 명이 비즈니스 채널인 블룸버그에 출연했다. 그리고 두 방송 채널이 합작으로 최소한 한명을 고용하려 한 적이 있다. ABC와 블룸버그가 보다 폭넓게 공동보조를 취하는 움직임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TV 뉴스는 모기업인 방송사의 가보와 같은 존재였다. 방송사에 영예를 주고 공공봉사를 하는 듯한 후광을 부여하며 정부의 간섭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 것이 TV 뉴스였다. TV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가십과 타블로이드로 전락한 시대에 유일하게 진지한 뉴스를 지켜온 아성이 저녁 뉴스였다.
TV 뉴스 시청자는 지난 1980년 5,000만명에서 2009년 2,200만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 뉴스 시청자와는 여전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TV 저녁 뉴스를 없앤다면 이는 국가에 중대한 손실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4에 달했다. TV 뉴스 사장들은 아무도 자신이 첫 번째로 저녁 뉴스를 없애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모기업이 내릴 결정이다.
지난 주말 ABC 직원들은 조기퇴직 패키지를 제안 받았다. 해당 직원들은 3월26일까지 퇴직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만약 자진해서 퇴직하는 숫자가 충분치 않으면 다음 조치는 감원이다.
ABC 뉴스의 웨스틴 사장은 방송국이 더 이상 1,500명에 달하는 미전국과 세계 각지 지사 직원들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각 지사들에는 전통적 보도 인력인 촬영팀, 음향 엔지니어, 녹음 편집자들, 취재 배정 편집자들, 그리고 특파원 등 봉급이 상당한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앞으로는 기자들이 촬영도 하고 마이크와 조명도 맡고 인터뷰할 내용도 직접 정리하는 등 일인다역을 하게 될 전망이다. “감원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높은 사람들은 한가지 역할밖에 못하는 사람들이다”고 ABC의 한 직원은 말했다.
웨스틴 사장은 얼굴만 내세워 높은 봉급을 챙기던 사람들은 점점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TV 뉴스에서 그동안은 기사 한줄 쓰지 않고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는 언론인들이 더 많은 일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는 것이다.
웨스틴 사장은 인원이 감축된다고 해서 ABC의 보도가 영향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자신감에 넘치지는 않는다. ABC 뉴스의 한 베테란은 “신호는 분명하다. 뭔가 새로운 걸 창조해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뭐든 싼 값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될 것이다”고 말했다.
CBS 역시 줄어든 자원으로 같은 일을 하려하고 있다. 지난 2월초 감원 후 션 맥매너스 CBS 뉴스 사장은 “우리가 가진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NBC 뉴스는 동종업종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는 데 그것은 상당부분 지난 1996년 케이블 뉴스 채널을 시작한 덕분이다. MSNBC를 포함한 NBC 뉴스의 전체 인력은 1,100명으로 ABC가 목표로 삼는 규모이다. CBS는 1,40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는 눈에 띄는 뉴스를 제작하는 길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들 다 하는 일반적 보도 대신 남들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독특한 기획 취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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