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의 온기로 겨울을 나던 시절 한국에서는 연탄개스 중독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다. 연탄은 값싸고 화력이 좋아 서민들 난방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타면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말썽이었다.
무색무취의 개스가 허술한 건물의 문틈이나 구들 틈으로 새어 들어가 툭하면 가스중독 사고를 일으켰다. 가난한 시절이었던 만큼 연탄개스가 스며든 방마다 사연도 많았다.
일하며 공부하느라 밤낮없이 뛰던 고학생들이 있었고, 사랑 하나 붙들고 냄비 하나 숟가락 두 개로 살림을 시작한 신혼부부들이 있었고, 올망졸망 아이들과 부부 온 식구가 한 이불 덮고 자던 빈민촌의 가족들이 있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난방시설이 바뀌면서 슬픈 사고들도 잊혀졌다.
수십년전, 한국에서나 일어나던 일로 여겼던 일산화탄소 개스 중독사고가 최근 남가주에서 발생했다. 은퇴하고 이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려던 부부가 생각지도 못한 개스 중독으로 사망해 지인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스 중독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1월 말이었다. 부인이 가족과 전화통화 중 “감기가 걸린 듯 몸이 좀 이상하다”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지인들이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었고, 그 이틀 후 만날 약속이 있던 분이 연락이 안 돼 집으로 찾아가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진 부부는 그 즉시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한 달쯤 후 일주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의외로 미국에서 많이 일어나는 사고이다. 자살을 제외, 유독성 물질로 인한 사망 중 가장 많은 케이스가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연방질병통제센터 추정에 의하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는 케이스는 연간 1만5,000여건, 사망 케이스는 거의 500건에 달한다. 냄새도, 색깔도, 맛도 없는 개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고 해서 ‘조용한 살인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알고 보면 우리는 일산화탄소와 대단히 가깝게 붙어살고 있다. 개스, 석유, 나무, 차콜 등이 탈 때면 언제나 생성되는 것이 일산화탄소다. 평소 별 문제가 없어서 무심하게 지낼 뿐 집안의 가정용 기구 중 일산화탄소를 내뿜을 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개스 히터, 개스 온수기, 개스 오븐, 개스 레인지, 개스 벽난로, 나무 난로 … 기구가 제대로 설치·작동되고, 배기·환기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 지를 1년에 한번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는 J씨는 너무 충격이 커서 즉시 개스 컴퍼니에 전화해 히터 점검을 요청했다.
“개스 컴퍼니에서 직원이 나와 무료로 점검을 해줍니다. 우리 히터가 리콜 대상이었다는 걸 그 직원이 말해줘서 알았어요. 히터가 너무 낡았다며 아예 새 것으로 바꿔주더군요”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은 독감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머리가 띵하고 두통이 심하며 속이 메슥거린다면, 그런 증상이 집안의 식구들 모두에게 나타난다면 개스중독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집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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