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아들(11)을 보다 못해 한 상담 전문기관을 찾았다. 3년 전 아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정작 아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매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는 것. 식사를 거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하라”며 컴퓨터를 꺼버리면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까지 집어던져 통제불능이 된다고 호소했다.
식사 거르고 통제불능까지
“중독 자녀로 골치” 12.8%
최근 한국에서 게임 중독에 빠져 친부모나 자녀를 살해하는 등 패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도 자녀의 게임 중독 문제로 골치를 썩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진 자녀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사람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조)에는 최근 3년새 자녀들의 인터넷 중독 관련 상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자녀와의 갈등 중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은 11.3%를 차지했으나 2008년에는 11.6%, 2009년에는 12.8%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녀와의 갈등은 주로 학교문제, 친구문제, 인터넷 중독, 폭력문제, 마약·도벽·술로 나뉘는데 이 중 지난 3년새 계속 증가한 것은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이민사회 특성상 맞벌이 부부가 많고, 자녀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건강한 놀이문화를 배우지 못한 자녀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등의 방법으로 여가를 보내면서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옛날에는 아이들이 딱지치기, 공놀이 등을 하며 놀았지만 지금은 컴퓨터나 게임이 이런 놀이를 대체했으며 훨씬 자극적이고 사람을 흥분시킨다”며 “많은 경우엔 사용시간을 제한하거나 대체놀이를 찾으면 스스로 조절 및 절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게 계속 문제가 된다면 게임중독은 ‘열이 난다’ ‘기침을 한다’처럼 하나의 증상이므로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보다 숙제를 마쳤다든지 무슨 일을 잘 했을 때 일정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사용규칙을 정하거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가족 홈페이지 만들기 등 게임과 인터넷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인가정상담소 박해영 삼담심리 전문가는 “자녀만 꾸중할 것이 아니라 부모도 시간을 정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밤 늦도록 비디오 보는 것을 자제하는 등 자녀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년들의 인터넷 및 게임중독 문제와 관련하여 한인가정상담소는 오는 11일 오후 7시 상담소 강당에서 인터넷 게임 중독과 원인, 효과적인 해결 및 예방법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동희 기자>
한인 청소년들이 타운내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는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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