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어팩스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초등학생 아들(12)을 보다 못해 한 상담 전문기관을 찾았다. 3년 전 아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정작 아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매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는 것. 식사를 거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하라”며 컴퓨터를 꺼버리면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까지 집어던져 통제불능이 된다. 사이버 세상에 몰입, 학업관계는 물론이고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과 점점 담을 쌓고 있는 청소년들이 증가 추세에 있어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식사 거르고 통제불능까지
학업 . 대인관계에 문제도
최근 한국에서 게임 중독에 빠져 3개월된 딸을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부모를 비롯 게임중독을 나무라는 친부모를 살해하는 등 패륜적 범죄가 잇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도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진 자녀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사람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이정화)에는 최근 1~2년동안 자녀들의 인터넷 중독 관련 상담 꾸준히 늘고 있다. 상담 연령대 역시 초등학교 5학년부터 대학생 까지 다양하다.
가정상담소 에밀리 김 총무는 “지난 두 달간 5건의 청소년 게임 중독 상담을 받았다”면서 “게임 중독은 주로 남학생들에게 많으며(70~80%)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메이플 스토리’, 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는 ‘워 크래프트’라는 전쟁 게임이 많이 퍼져있다. 폭력성 · 공격성 게임에 오래 노출될수록 자기 통제능력이 약화되어 난폭해지며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다.
김 총무는 “과거에는 혼자 게임을 했던데 반해 요즘 게임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로그인 해서 게임을 진행하므로 더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하다”며 “주류사회에서도 최근 인터넷 게임 중독을 새로운 사회문제로 보고 대처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민사회 특성상 맞벌이 부부가 많고, 자녀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녀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등의 방법으로 방과 후 시간이나 여가를 보내면서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윤석철 박사(알렉산드리아 멘탈 헬스 클리닉)는 “가장 기본적인 증상은 밤늦게까지 잠자지 않고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이 같은 증상은 성적 저하와 대인관계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보다 숙제를 마쳤다든지 무슨 일을 잘 했을 때 일정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사용규칙을 정하거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가족 홈페이지 만들기 등 게임과 인터넷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버지니아 레스턴에서 소아정신과 클리닉을 운영중인 엘리자베스 윤 전문의는 “자녀만 야단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시간을 정해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고 부모자신들도 밤늦도록 TV, 비디오 보는 것을 자제하는 등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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