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계의 잔치이자 세계적인 영화축제 아카데미영화상 올해 제82회 시상식이 오는 7일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다.
한국 영화나 배우가 영화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최다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캐슬린 비글로 감독의 경쟁, 흑인 최초 감독상을 노리는 리 대니얼스의 수상 여부 등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가 많다.
◇캐머런 감독, 전처와 최다부문 경쟁 = 세계 영화 흥행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아바타’와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폭탄제거팀의 이야기를 다룬 ‘허트 로커’ 2편이 감독상을 포함해 각각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영화의 감독이 한때 부부였다는 것. ‘아바타’를 연출한 캐머런 감독과 ‘허트 로커’를 연출한 비글로 감독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법적인 부부였다. 이 둘은 이혼 후에도 캐머런 감독이 비글로 감독의 영화 여러 편을 제작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아바타’는 ‘타이타닉’(1997) 성공 이후 캐머런 감독이 1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고, ‘허트 로커’는 ‘K-19 : 위도우메이커’(2001)가 흥행에 실패한 뒤에 비글로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오랜만의 신작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제작에 이르기까지 두 감독은 대비되는 길을 걸었다.
캐머런 감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작비로 ‘아바타’를 준비했다면, 비글로 감독은 ‘스트레인지 데이즈’, ‘K-19 : 위도우메이커’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재기가 쉽지 않았다.
감독상 부문에서는 현재까지 감독조합상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비글로 감독이 근소하게 앞선다고 관측된다. 감독조합상은 1948년 처음 시상한 이래 단 6차례를 빼곤 아카데미영화상과 같은 감독상 수상자를 배출해 왔다.
비글로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다면 여자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영화제 이 부문을 수상한다. 캐머런 감독이 수상한다면 ‘타이타닉’ 이후 그로서는 12년 만이다.
◇브리지스 남우주연상 유력..여우주연상은 ‘2파전’ = ‘크레이지 하트’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제프 브리지스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 브리지스는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와 미국 배우조합(SAG)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인 디 에어’에서 해고 전문가로 나와 자신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조지 클루니,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에서 넬슨 만델라 역으로 분한 모건 프리먼이 경쟁자로 분류되지만 브리지스를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AP통신 등 해외 언론들의 분석이다.
여우주연상은 2파전 양상이다. ‘줄리&줄리아’에서 넉살 좋은 전설적인 프랑스 요리사 줄리아 역할을 소화한 메릴 스트리프와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뚱뚱하고 삐딱한 흑인 청소년을 최고의 풋볼 선수로 키우는 백인 여성 역의 샌드라 불럭이 그 주인공.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스트리프는 역대 최다 연기상 후보(16번)라는 기록도 세웠다. 스트리프는 1979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여우조연상을, ‘소피의 선택’으로 1982년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남우조연상은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의 크리스토프 왈츠가, 여우조연상은 ‘프레셔스’의 모 니크가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명된다.
한편, 82돌을 맞은 아카데미는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작 편수를 5편에서 10편으로 늘렸다.
‘아바타’, ‘블라인드 사이드’, ‘업’,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디스트릭트 9’, ‘인 디 에어’처럼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가 포진했다. 선댄스영화제에 출품된 ‘교육’이나 코언 형제의 ‘시리어스 맨’, ‘프레셔스’, ‘허트 로커’ 등 작품성이 돋보이는 영화도 있다.
감독상 후보로는 캐머런 감독과 비글로 감독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프레셔스’를 연출한 리 대니얼스 감독이 흑인 최초로 감독상 후보에 도전한다.
◇수상작ㆍ수상자, 어떻게 뽑나 = 아카데미상은 평론가가 뽑는 상이 아니라 영화인들이 직접 뽑는 상이다. 이 때문에 평론가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아카데미 회원들은 배우, 작가, 제작자, 감독, 영화음악가, 영화기술자 등 6천 명가량으로, 무기명으로 표를 던진다.
먼저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문에 표를 던져 부문별 후보작을 뽑는다. 감독상 후보는 감독들이, 배우상 후보는 배우들이 정하는 식이다. 그리고 부문과 관계없이 전체 회원 투표를 통해 수상작과 수상자를 가린다.
작품상은 부문과 관계없이 전체 회원 투표로 후보작을 고르고, 외국어상은 각 지부 회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후보작을 선정한다.
가장 많은 부문을 휩쓴 영화는 1959년 ‘벤허’, 1997년 ‘타이타닉’, 2003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11개 부문이며, 이 가운데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후보로 지명된 모든 부문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낳았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각본상의 5개 주요부문을 휩쓴 작품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양들의 침묵’(1991) 등 3편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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