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했다 해서 한국에 소유한 부동산에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지금 같은 국제화 시대에 재외동포들을 차별하는 불합리한 정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메릴랜드 벨츠빌 거주 옥경호씨(57)는 지난해 한국에서의 소송을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한 마음에 잠을 설친다. 2006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옥씨가 한국에서 골치 아픈 소송에 얽매인 것은 이민 전부터 경기도 광명시에 소유했던 단독 주택 때문.
방 5개, 부엌 2개, 거실 등으로 이뤄진 이 주택을 1995년 매입, 주민등록을 옮긴 옥씨는 이듬해 아들의 교육을 위해 도미했다. 취업이민으로 영주권을 받아서였다. 광명시의 주택은 그의 동생이 맡아 관리했으며 옥씨가 일시 귀국 시에 사용하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한 건 2002년 대한주택공사의 경기도시개발사업단에서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 고시하면서부터. 주택공사는 2004년 택지개발을 위해 옥씨 소유의 이 주택도 수용했다.
주택공사 측은 수용에 따른 현금 보상과 함께 별도의 이주대책을 위한 보상안을 내놓았다.
단독주택 소지자에는 토지 분양권을, 아파트 세입자나 무허가 주택 소유자 등에는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것이었다. 옥씨는 당연히 토지 분양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아파트 분양권이 대신 제시됐다. 이유는 기준일 1년 전부터 계속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나 옥씨는 해외 거주로 그 규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아파트 분양권도 무주택자용이라서 제가 서울에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매각해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결국 못 받았습니다. 해외 거주자라고 해 국내 부동산의 불이익을 받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옥씨는 결국 법에 호소했다.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가 기준일 1년 이전부터 이 부동산에 계속 거주해온 이주대책 보상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질병으로 인한 요양, 입영, 공무, 취학 그밖에 이에 준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일시적, 잠정적으로 거주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게 판결 취지였다. 옥씨는 “많은 미주 동포들이 그렇듯이 국내 부동산은 설사 이민을 오더라도 모국에 근거를 두고 싶은 마음과 노후 대책으로 남겨둔 것”이라며 “이민에 따른 해외 거주자란 점 때문에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옥씨는 1심에 좌절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다시 항소했다. 법의 저울이 재미동포 같은 해외 이민자들의 처지를 반드시 이해해주리란 믿음 때문이다.
그는 “국가가 세계화를 외치고 해외동포들이 민족의 자산이라 외치는 시대에 국영기업인 주택공사는 힘없는 재미동포의 재산을 헐값에 수용하고 적절한 보상도 않고 있다”며 “해외 거주자에 불합리한 규정과 법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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