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가 늘고 있다. 미 전국에서 자기 사업을 하는 55세 이상 연령층은 현재 500만명이 넘는다. 특히 55세에서 64세 사이의 자가고용 인구는 급속히 증가, 지난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52%가 늘었다. 조기 퇴직해 퇴직금으로 창업을 하기도 하고, 은퇴 후 401k 가치가 폭락하자 부수입이 필요해 사업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 실직 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자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50대 이후에 “내 사업 해보자” 창업 붐
평생 쌓은 전문지식, 경험, 네트웍이 기반
틈새시장 잘 뚫으면 여유있는 노년 보장
쿠어스에서 24년 동안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던 신디 돌핀은 쿠어스가 밀러와 합병을 하자 일자리 수백개가 사라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젊은이를 선호하는 기업 문화 속에서 자신과 같이 나이 든 직원들은 필시 감원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일찌감치 조기퇴직 패키지를 받고 물러났다.
그리고는 뉴질랜드의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콜로라도, 얌파 강에서 래프팅을 하고, 뉴욕에 가서 친구들과 브로드웨이 쇼를 보았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일이 그리워졌다. 55살 나이에 마케팅 일자리를 찾아 구직원서들을 제출했다. 쿠어스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니 취직은 문제없으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오라는 데가 별로 없었다.
새크라멘토에 사는 돌핀은 암을 세 번이나 이겨낸 역전의 용사이다.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채용하는 데가 없다면 대신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수십년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캘리포니아의 와인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홍보회사를 차렸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한 홍보다. 이 사업에 그는 더할나위 없이 만족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개인 시간과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고 좋아하는 다른 것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중소기업청(SBA)에 따르면 55세 이상 연령층은 지금 미국에서 창업이 가장 활발한 집단이다.
그러나 창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돌핀도 창업이 절대로 간단한 게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복잡한 계약과 법적 조치들을 거쳐야 했고 트위터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받아야 했다. 20대 젊은이에게 시간당 25달러씩 주고 트위터 개인교습을 받기도 했다.
미국 은퇴자 협회의 노동력 이슈 담당 디렉터인 데보라 러셀에 의하면 나이든 연령층을 창업으로 몰고 가는 요인 중 하나는 불경기로 인한 실업이다. 55세 이상 연령층의 실업자들이 실직상태로 머문 지는 평균 36주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쌓은 지식과 기술, 네트웍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활용해서 쉽게 창업을 합니다. 하지만 은퇴자금을 창업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요. 은퇴자금을 잃어버리면 사업 시작 때 보다 더 나쁜 상황에 이를 수가 있으니까요”
밥슨 칼리지와 바루치 칼리지 공동조사에 의하면 지난 2008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 중 18.9%는 55세 이상 연령층이다. 2001년에는 10%에 불과했다. 55세 이상의 창업자 구성비가 느는 것은 이 연령층의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때문이기도 하다.
57세의 밥 멜로는 미시시피, 베이 세인트 루이스의 사립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었다. 그런데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학교가 무너지면서 그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정부 지원금으로 그는 나탈리 우드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를 찍었던 한 저택을 매입, 수리해서 극장으로 만들었다. 저택의 한쪽은 연극 무대로, 다른 쪽은 100석 규모의 영화관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이것이야 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좋아서만 하는 일은 아니다. 돈이 필요하다.
“그냥 취미로 하는 일이라면 좋겠어요. 카트리나 이후 생계비 버느라 보조 교사도 하고 별별 일을 다 했어요”
SBA는 50세 이상 창업자들에게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50세부터 70세까지 나이야말로 경험과 열정, 취미와 자원을 동원해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사들일 좋은 때라고 그 사이트는 강조한다.
블룸버그뉴스 기자로 라틴아메리카 대상 스페인어 경제뉴스를 담당했던 노베르토 보가드는 1년 전 실직했다. 취직자리를 알아봤지만 신통치가 않았다. “내 사업 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그가 시작한 것은 스페인어 무가지. 한달에 1만부를 인쇄해 무료로 뿌리면서 수익은 광고에 의존하는 사업이다. 틈새시장을 노린 것인 데 투자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면서 받은 돈을 투자했다. “엄청나게 겁나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SBA가 무료로 제공하는 창업과 법적 문제 관련 코스들을 듣고, 히스패닉 그룹이 추천한 한 자영업자를 멘토로 삼아 조언과 격려를 받았다. 창간 7개월째인 3월 신문으로 손익 분기점을 맞게 되기를 그는 기대한다.
뉴햄프셔의 로버트 챔버스는 최근 시빅 벤처스라는 단체로부터 사회봉사 사업가 상을 수여했다.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던 그는 중고차 판매 시 성능을 믿을 수 없는 차를 높은 이자율의 융자로 판매하는 관행에 대해 분노를 느꼈었다. 56살 때 직장을 그만 두면서 그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연비 높고 믿을 만한 차를 살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기구를 창설했다. 이 회사를 통해1,200명이 낮은 이자의 융자금을 얻어 차를 살 수 있었다.
창업에 앞서 필요한 것은 실제 시장이 어떤지를 테스트해보는 과정이다. 메릴 린치에서 직원들 컴퓨터 훈련을 담당했던 마르시아 더하트는 퇴직 마지막 해에 뉴저지, 이스트 윈저 노인센터에서 노인들 대상 컴퓨터 강좌를 몇 개 맡았다. 청강생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노인들이)가족 모임에 가보면 모두들 이메일을 쓰는데 혼자만 못 하니 뒤처진 느낌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1998년 메릴린치에서 은퇴하면서 그는 사이버시니어 서비스사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노인센터에서 가르치는 한편 시간당 35달러에서 45달러로 컴퓨터 개인 교습을 하는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고객이 밀려서 그는 아침 9시에 나가 저녁 7시에나 귀가한다.
“지금 67세인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려니 에너지가 넘쳐요. 사람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거든요”
그렇다고 일주일에 50시간씩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균형 잡힌 생활을 해야 지레 지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반만 은퇴했다’ 보다는 ‘반만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충고한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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