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지요. 돈 쓰는 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남가주 한인 봉사단체에서 오래 일해 온 한 스탭의 말이다. 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는 50대 후반의 이 여성 직원은 스스로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다고 말한다.
“되도록 안사고 재활용하는 게 습관처럼 되었어요. 그런데 평소 절약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들은 공금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되는 대로 쓰지요. 그런 걸 보며 속으로 부대낄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비영리단체 대표들이 타지역 행사에 참가할 때면 숙소부터 식사까지 싼 것으로 해서 경비를 줄여야 할 텐데 그런 태도가 없는 경우를 종종 본다는 것이다. 딱히 ‘잘못’이라고까지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공금의 낭비이고, 모든 공금의 낭비는 “내 돈이 아니다”는 무의식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돈처럼 ‘이름표’가 중요한 것도 없다. 내 이름 붙은 돈 앞에서는 벌벌 떠는 사람이 남의 돈 쓸 때는 갑자기 대범해지기 일쑤다. 그래서 낭비를 하게 되고, 낭비가 유용이 되다가 횡령으로까지 번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횡령 사건으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비영리기구로는 유나이티드 웨이가 꼽힌다. 1887년 콜로라도 덴버에서 교회지도자들이 자선사업을 위해 발족한 이 단체는 미국에서 가장 큰 자선단체이다. 전국에 거의 1,300개의 지부가 있고, 1년에 들어오는 기부금만 42억 달러에 달한다.
기부자들은 큰 단체이니 감사가 잘 될 것으로 믿고 기부를 했는데 거액의 공금유용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90년대 중반 유나이티드 웨이 전국 총재가 공금유용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00년 대 중반에는 워싱턴 지부장이 공금유용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공금을 공돈처럼 쓴 것이다.
한인사회에서 성금잡음이 또 불거졌다. 남가주 교회협의회 등 교계가 아이티 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성금을 100% 전액 이재민 돕기에 쓰겠다”며 교회들이 주축이 되어 돈을 모았는데 결과적으로 ‘100% 전액 이재민 돕기’를 실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성금을 일부 남겨 선교센터 건립에 쓰는 방안도 검토 중으로 알려져 일부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당장 마실 물과 먹을 음식이 없어서 생사의 기로에 선 이재민들을 돕는 것이 시급하지 왜 성금을 남겨 다른 목적에 쓰느냐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를 이끌어온 한 대표는 “교회 지도자들이 좋은 의도로 일을 하려한 것이 비판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재난구호는 뜻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금으로 우리가 100달러를 낸다면 실제로 이재민들의 손에 들어가는 액수는 얼마가 될까.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비영리단체들이 아주 투명하게 관리를 해도 단체 운영경비로 들어가는 액수가 만만치 않다. 거기에 더해 공금을 남의 돈 쓰듯 한다면 우리가 낸 성금은 이재민의 손에 가기도 전에 중간에서 증발해버릴 수가 있다. 공금은 공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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