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제이(본명 정재영ㆍ33)는 2008년 국내에서 가수 활동을 그만두기로 했다. 당시 미국에서 결혼할 연인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음악과 사랑 중 사랑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해 10월 연인과 헤어진 그는 음악이 자기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지난 1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근 스페셜 음반 ‘센티멘털(SENTIMENTAL)’을 내고 만난 제이는 중ㆍ고등학생들도 사랑하면 자기만의 세계가 있듯이 나 역시 그 세계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네 인생이 더 발전한 뒤 행복하다고 느낄 사람이 생길 때 시집가라’는 어머니 말씀이 힘이 됐다. 덕분에 빨리 회복했고 오히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한다면 오랜 시간 투자한 음악 활동도 받아들일 사람을 만나겠다는 말도 했다. 돌이켜 보니 20대를 온전히 바친 음악은 자기에게 늘 소중했던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낸 음반은 음울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오히려 사랑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음악으로 가득 찼다. 리듬이 강조되고 전자 사운드로 꽉 채운 요즘 음악 트렌드를 거슬러 실제 악기로 연주한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멜로디가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이지린이 작사ㆍ작곡한 타이틀곡 ‘NO.5’는 1990년대 복고적인 리듬 소스가 가미된 비트 있는 R&B 곡이다. 은지원의 랩 피처링에 감미로운 가사가 더해졌다.
또 엠블랙의 지오와 듀엣한 ‘끝을 말할 순 없어도’에서는 섬세하게 떨리는 제이의 가녀린 음색이 돋보인다. 정엽과 듀엣한 ‘사르르(I wanna be your love)’는 첫눈에 서로 알아본 남녀의 설레는 마음이 담긴 미디엄 템포의 솔이다.
저는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이효리 같은 춤과 비주얼이 좋은 가수도 아니니 유행을 따르는 건 위험한 일이죠. 오히려 유행에 질린 사람을 위한 음악을 들려줘야죠. 이번 음반은 새것처럼 반짝거리는 음악이 아니라 닳았지만 정감있는 빈티지 음악들이죠.
한국에서 태어난 후 미국으로 이민 간 제이는 1996년 한국에 와 1998년 1집으로 데뷔했다. 당시 가수 정훈희가 고모라는 집안 이력이 화제였고, 이후 2집 타이틀곡 ‘어제처럼’이 크게 히트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4년 5집이 실패했고, 2007년 6집 타이틀곡 ‘술과 순정’이 반짝인기는 얻었으나, 2-3년에 한번씩 음반을 내면서 가요계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
그는 한국에서 가수로 보낸 시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음악을 하는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능숙하지 못한 한국말로 얘기해야 하는 고충이 컸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엉뚱한 한국말 발음으로 얼굴도 알렸지만, 사람들은 제게 ‘노래 좋아요’보다 ‘웃겨요’라는 말들을 했죠. 음악만 생각하던 제게는 무척 속상한 기억이에요. TV 출연 대신 공연만 하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어요.
그러나 자칫 가수 활동을 그만둘 뻔했던 탓인지, 미국에서 돌아와 처음 얻은 기회인 tbs교통방송 라디오 DJ 자리가 무척 값지게 느껴진다고 했다.
tbs교통방송에서 ‘뮤직 플래닛(Music Planet)’을 영어로 진행하는 그는 DJ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영어를 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도 들어온다고 웃으면서 사실, 결혼 때문에 거절했던 일을 다시 되찾게 된 것이다. 마음이 같은 색깔이 아니었던 사람과의 헤어짐은 아팠지만 살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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