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4분에 진도 4.4 지진이라니 …”
남가주 주민들이 16일 단체로 잠을 설쳤다. 동트기 직전, 고요하던 거리에 간간이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잠은 차츰 얕아질 무렵 갑자기 ‘쾅 ~’ 하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흔들렸다.
진앙은 LA 다운타운에서 11마일 동쪽. 화제가 온통 ‘지진’인 이날 아침 한인들 사이에서는 발생 시간과 진도가 하필 모두 4, 4 라는 것, 진앙이 LA 11마일 동쪽, 지표에서 11마일 지점이라는 우연들이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진앙 가까운 지역 주민들은 우선 엄청난 굉음에 놀랐다고 한다. 잠결에 들은 소리이다 보니 해석도 가지가지다. “비행기가 옆으로 지나가는 줄 알았다” “누가 우리집을 자동차로 들이받은 줄 알았다” “메트로가 탈선한 줄 알았다” “큰 나무가 쩍 갈라지는 소리 같았다” …
이어 바닥이 흔들리고 침대가 흔들리며 집안에서 찌걱찌걱 기분 나쁜 소리가 이어지는 몇 초가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시간이었다. 템플 시티의 한 주민의 말이다.
“지진이 더 강해질 건지 곧 멈출 건지 모르는 게 제일 무섭더군요.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7초 정도 앉아있으니 그쳤어요. 내 생애 제일 긴 7초였어요”
스튜디오 시티의 한 주민은 셀폰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 했다. “셀폰이 저쪽 방에 있는데, (지진으로) 다 무너지면 아무데도 연락도 못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 외에 “너무 무서워서 집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추워서 자동차 안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서 집안으로 들어왔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디로 숨어야 하는 건지, 그대로 있어야 하는 건지 정말 막막하더라” “고층 건물에 있었는데 건물이 무너지는 것 같아 두려웠다”는 등 많은 사람들이 ‘공포의 순간’을 체험했다.
남가주에서 4.4 지진은 사실 별게 아니다. 건물과 도로가 지진공법으로 지어져 그 정도 흔들림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흔들림’이 주는 공포감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철저한 무력감이 사람들을 공포로 얼어붙게 한다.
새해 들어 아이티와 칠레의 대지진 참상을 생생하게 목격한 데다 캘리포니아에 조만간 ‘빅원’이 올 것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듯 들어온 터이기 때문이다. 남가주 지진센터와 연방지질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30년 내에 6.7 이상 대지진이 올 확률은 99.7%에 달한다. 앞으로 30년 더 사는 사람은 ‘빅원’을 경험할 것이 확실하다는 말이 된다. 지역을 LA 일대로 제한하면 확률은 67% 정도.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나니 …’의 성경구절은 지진에 딱 들어맞는다. 예방이 불가능하다. 걱정한다고 해서 지진 발생 가능성을 0.001%도 줄일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대비뿐. “언제든 지진이 닥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재난 상태에서 사흘 쯤 버틸 물과 식품, 비상약품을 담은 패키지를 두 개 만들어 하나는 자동차 안에 또 하나는 집 마당 빈터에 묻어두는 게 좋다. 그리고 셀폰과 라디오, 손전등을 침대 곁에 두고 운동화를 침대 밑에 둘 것을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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