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불륜 스캔들로 칩거 중이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복귀를 선언하자 PGA에 화색이 돌고 있다. 그가 오는 4월8일 시작되는 매스터스를 통해 필드로 돌아오겠다고 밝힌 16일 PGA는 물론이고 방송국과 광고주들, 그리고 골프 팬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우즈의 복귀를 시기상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모두가 우즈의 복귀 선언에 흥분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올 시즌 PGA는 우즈의 스타파워 부재로 시련을 겪어왔다. 우즈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의 스폰서십 액수는 급감했고 TV중계 시청률은 전년 대회보다 무려 20~30%씩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돼 왔다. 당연히 갤러리도 줄어들고 토너먼트 수입은 형편없어졌다.
PGA 선수들 사이에서는 “우즈의 불륜으로 우리가 죽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니 위기의식에 빠져 있던 PGA에 우즈의 복귀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즈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부재를 통해 존재감을 한층 더 확실하게 드러냈다.
우즈가 복귀 대회로 고른 매스터스와 중계방송사는 잭팟을 터트리게 됐다. 올 대회 시청률 대박은 확실하다. 21세기 최고의 미디어 스펙터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즈는 불륜 스캔들이 드러나기 이전에도 시청률 보증수표였기 때문이다.
역대 매스터스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대회는 우즈가 첫 매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던 1997년이었다. 1,580만명의 시청자가 이 경기를 지켜봤다. 두 번째 최고 시청률 역시 우즈가 두 번째 매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이었다. 그러니 중계 방송사들이 이번에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약 우즈가 우승이라도 차지하는 날이면 당분간 깨뜨리기 힘든 시청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즈가 돌아오겠다고 선언하면서 PGA는 들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지는 우즈가 복귀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달려 있다. 우즈는 지난해 11월15일 이후 거의 5개월간 필드를 떠나 있었다. 그는 통상적으로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기량 점검을 위해 참가하는 웜업 토너먼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번 대회에 나오기로 했다.
우즈가 과연 예전처럼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많은 PGA 선수들을 지도하는 한 스윙 코치는 “볼을 히팅 하는 것과 스코어링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우즈가 웨지와 퍼터를 사용하는 스코어링 샷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워낙 우즈의 기량이 뛰어난 데다 승부사적 기질이 강해 오랜만의 경기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전망은 도박사들이 내놓는 그의 우승 확률에 나타나 있다.
우즈의 복귀가 정말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팬들의 용서와 마음을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즈는 과연 필드에서 예전과 같은 면모를 보일 것인가. 또 그는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해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일 것인가. 올 매스터스는 그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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