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포드·UC버클리 등 50여개 대학서 운영
그들이 뭐, 정치적 입장을 선언하거나 성해방운동의 개척자가 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단지 기숙사에서 함께 살던 친구가 외국 유학을 떠나버린 후 모르는 사람보다는 낯익고 괜찮은 룸메이트를 원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성별보다 성격과 공부습관이 더 중요”
동성애자 위해 시작, 일반학생들 더 많이 선택
남가주 피처 칼리지 2학년 여학생 케일라 일런드(20)와 남학생 린든 프론토(21)가 홀든홀 기숙사 2층에서 방을 함께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게 전부다. 그들은 커플도 아니고 게이도 아니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와 미 전국의 대학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아직은 새롭고 논란 많은, 성별 불문 기숙사의 룸메이트일 뿐이다.
생물학 전공으로 의사가 되려는 일런드는 룸메이트의 성별보다는 성격과 공부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은 방을 남학생과 함께 쓰는 것에 대해 그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난 살고 싶은 곳과 사는 방식, 그리고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권리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환경학을 전공하며 매년 여름 삼림소방관으로 일하는 프론토도 동의한다. 변기좌석 내리기를 종종 잊는 것 외엔 여학생과 사는 것은 남학생 룸메이트와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 “룸메이트는 그저 룸메이트 일 뿐이니까요”
아직 남녀 룸메이트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성별 불문 기숙사는 대학 기숙사 통합의 마지막 단계로 차츰 관심을 얻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이 각각 다른 건물로 떼어놓았던 남녀 기숙사를 같은 건물에 수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다. 처음엔 다른 층이나 윙으로 구분하더니, 다음엔 같은 층 복도 양편으로 가르다가 이젠 룸을 함께 쓰도록 하는 데 까지 발전한 것이다.
2008년 가을부터 이 프로를 시작한 피처 칼리지처럼 혼성 기숙사를 운영하는 대학은 미 전국에 50개 정도로 추산된다. 혼성 기숙사를 추진하기 위한 그룹 ‘전국학생 성별불문 캠페인’의 공동 발기인 제프리 장이 밝힌 집계다. 현재 UC리버사이드, UC버클리, 스탠포드, 코넬, 다트머스, 새라 로렌스, 헤이버포드, 웨슬리언, 유니버시티 오브 미시간, 브라운 유니버시티 등이 혼성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관계자들은 처음엔 동성애자 학생들이 이성과 함께 사는 것을 더 편안해하기 때문에 이 프로를 시작했지만 친한 친구가 이성인 일반 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으며 남녀 룸메이트들은 플라토닉한 관계의 순수한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현재 럿거스 법대생으로 게이인 제프리 장은 “대학생은 성인이며 자신이 가장 편하게 여기는 사람을 택해 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이성을 룸메이트로 선택하는 학생들은 혼성 기숙사가 있는 대학에서도 전체 입주자의 1~3%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기숙사 담당관협회에 의하면 이런 추세는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곧 채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학생들이 아직은 동성 룸메이트를 선호하는데다 이런 추세를 비도덕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의회의원들, 그리고 대학 기부가들의 비판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처치 오브 크라이스트 계열인 말리부의 페퍼다인대학의 관계자는 “절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페퍼다인의 남녀기숙사는 별도의 윙으로 구분되어져 있다.
클레어몬트 칼리지 내 피처 칼리지 바로 옆 하비머드 칼리지에선 지난 가을부터 게이와 트랜스젠더 학생들에게 옵션으로 혼성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다. 7명이 옵션을 택했는데 이중 여학생 2명과 남학생 1명 등 한방을 쓰는 3명은 동성애자가 아니다.
7명 중 애인관계는 없는데 설사 후에 애인으로 발전한다 해도 학교가 동거를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가 성별을 뛰어 넘는 포스트-젠더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더 이상의 개인행동에 대한 규제는 현실성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하비머드 칼리지 기숙사 책임자는 말한다.
하비머드에선 몇 년 전 혼성 기숙사 제안이 보수적 이사회에 의해 거부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부모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이슈지만 하비머드의 경우 학생의 74%가 혼성기숙사 옵션을 지지하고 있다.
웨슬리언 대학 기숙사에서 한 방에 사는 2학년 남학생 에릭 영달(20)과 여학생 미쉘 가시아(19)는 룸메이트가 옷을 갈아입을 때는 눈을 돌려준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남녀가 한방에 산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일단 살기 시작하면 정말 별 것 아니다”라고 이들은 단언한다.
남가주 피처 칼리지 혼성기숙사의 룸메이트인 케일라 일런드(왼쪽)와 린든 프론토. 애인도, 각자 동성애자도 아닌 이들은 한방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한다.
코네티컷주 웨슬리언 유니버시티 기숙사의 룸메이트 미쉘 가시아(왼쪽)와 에릭 영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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