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던 미국의 우표를 둘러싼 저작권 논쟁이 한국전 발발 60주년이 되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2월말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의 조각가인 프랭크 게일로드 (85)씨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연방정부는 원고에게 합당한 배상을 하라고 판시한 것으로 22일 뒤늦게 확인됐다.
항소법원은 또 게일로드가 어느 정도의 배상을 받아야 하는지를 산정하라며 사건을 미 연방제소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게일로드는 전체 우표 순매출의 10%를 로열티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27일 한국전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발행된 액면가 37센트짜리 우표가 송사에 휘말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걸프전 참전용사이자 사진작가인 존 알리는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부친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1995년 겨울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촬영했다.
알리는 어려서부터 부친으로부터 한국전쟁은 정말 추웠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눈이 내리는 날을 사진촬영일로 일부러 택했다. 잠자리에서 일찌감치 일어난 알리는 볼티모어에서 차를 몰고 워싱턴의 참전용사 기념비로 달려가 셔터를 눌렀다.
역삼각형 모양의 대형으로 수색에 나선 19명의 병사들을 형상화한 조각상은 여명 속에서 흰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고, 카메라 앵글에 잡힌 장면은 마치 실제 병사들을 촬영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사진은 해군 잡지가 주최한 콘테스트에서 1등상을 탔고, 이를 계기로 미국 우정공사의 눈에 띄어 한국전 종전 50주년 기념우표의 디자인으로 채택되는 행운까지 안게 됐다.
우정공사는 그의 사진작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단돈 1천500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 우표는 2005월 3월말 발행이 중지될 때까지 4천800만장이 팔려 우정공사에 1천700만달러 매출을 안겨주는 등 `효자’ 노릇을 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우정공사가 조각가인 게일로드의 허가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게일로드는 2006년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를 당했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1심 법원은 이 사진작품은 3차원의 조각작품을 눈(雪)과 여명을 가미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조각작품을 찍은 것인지, 실제 병사들을 찍은 것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할 정도로 본질적으로 원작에서 변형된 것이어서 원작의 상업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며 연방정부가 알리의 사진작품을 우표 디자인으로 사용한 것은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두 작품 모두 한국전쟁에서 숨진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사진작품에 눈이 내려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원작에서)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없다고 원심을 뒤집고 게일로드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항소법원까지 1승1패를 기록한 이번 소송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다툼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정다툼에 휘말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19인상은 1995년 7월27일 한국 종전기념일에 맞춰 완공된 것으로, 육군 14명, 해군 1명, 공군 1명, 해병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인종적으로는 백인, 흑인, 아시아인, 아메리칸 인디언, 히스패닉을 골고루 모델로 세웠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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