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차남 문종후, 장남 문관후, 고모 문진선, 장녀 문용애씨.
부모 잃은후 생이별
문관후.용애.종후씨
MD서 상봉 기쁨
부모를 잃고 생이별했던 한인 삼남매가 30여년 만에 감격의 재회를 했다.
문관후, 용애, 종후, 세 남매가 헤어진 것은 1978년. 맏이 관후씨를 제외한 두 동생들이 미국으로 입양되면서이다. 삼남매는 입양되기 한 해 전 부모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졸지에 고아가 돼 고모인 문진선씨가 데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모도 5남매가 있어, 어려운 형편에 8명의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었다. 고모는 두 조카를 입양 보내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종후씨가 생후 18개월, 용애씨는 5세 때였다. 두 남매는 존 마쉬번 당시 공군대령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왔다. 양부는 베트남인인 아내와 아들 1명이 있었다. 남매는 양부가 군인이어서 캘리포니아, 커넷티컷, 애리조나, 플로리다로 옮겨 다니는 바람에 한국의 가족과 연결이 끊겼다.
한국과 미국의 남매들은 성장하자 서로 찾기 시작했다. 맏이인 관후씨는 한국의 30여개 입양기관을 모두 찾아다니며 동생들의 행방을 좇았다. 용애씨 또한 1996년 원어민 교사로 한국에 와서 1년간 잠실중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동안 신문에 사연을 내고, 가족을 찾았다. 하지만 용애씨는 호적에 있는 자신의 이름만 알고 있었고, 관후씨는 아명인 ‘춘화’만 알았기에 관후씨는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도 애타게 찾고 있는 동생인 줄 몰랐다. 지난 2000년 관후씨는 가까스로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용애씨가 자신을 찾았었다는 기록을 발견, 그곳 직원의 도움을 얻어 미국의 용애씨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인적사항을 주고받으며 헤어진 동생임을 확인했다. 종후씨는 2년전 한국을 방문, 형과 고모를 먼저 상봉했다.
경기도 양주에 거주하며 트럭운송업을 하고 있는 관후씨(39)는 동생들을 찾느라 너무 신경 써서 탈모 증세가 나타났으며, 아직 미혼이다.
두 동생은 모두 플로리다대를 졸업했으며, 용애씨(37)는 영문학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고, 종후씨(33)는 메릴랜드 캐피탈 바이블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사가 됐다.
종후씨는 현재 콜럼비아 소재 브리지웨이 커뮤니티교회의 패밀리 목사로 재임 중이나 한달 뒤 버지니아의 타이드워터한인침례교회(조낙현 목사)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활동을 한다.
두 남매의 미국생활은 만만치 않았던 듯 했다. 종후씨는 입양 후 생활을 묻자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문을 닫았다.
두 동생은 둘 다 한국어를 거의 못하지만, 모두 한인을 배우자로 맞았기에 한국의 가족과 연락이 편했다.
삼남매의 상봉은 지난 16일 이뤄졌다. 관후씨와 고모가 동생들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
어린 두 조카를 입양 보내고 고모는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에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고모는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용애씨가 자신을 받아들일까 염려했다. 입양을 보냈다고 원망할까 두려웠다. 두 조카가 미국에서 자라면서 부모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다는 기억도 떠올랐다. 동승한 관후씨에게는 동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무조건 참자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에서 만나자 마자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텍사스 휴스턴에 거주하는 용애씨는 1남1녀의 자녀들을 데리고 하루 전날 메릴랜의 종후씨네로 와서 오빠와 고모를 기다렸다. 종후씨는 한달 반 된 아들 이름을 부친의 이름으로 지었다.
고모는 훌륭하게 자라준 조카들이 고맙기만 하다. 이제 여한이 없다는 고모와 관후씨는 28일 귀국한다.
한편 삼남매와 고모, 종후씨의 처가 및 교회 교인들은 지난 18일 엘리콧시티 소재 장어시광어동식당(대표 김기수)에 모여 재회의 감동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웃음과 눈물이 함께 교차한 모임을 지켜본 식당측은 사연을 들은 후, 22일 이들 가족을 따로 초청해 푸짐한 음식을 대접하며 동포들의 훈훈한 인정과 축하를 전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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