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인근의 제인 피티언은 현재의 집에서 산지 15년이 되었다. 그 동안 집값이 조금씩 올라가다가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정신없이 곤두박질 쳤다. 그 결과 집의 시가는 25만 달러 정도인데 융자금은 40만 달러가 되었다. 결국 지난해 6월 주택 모기지 융자은행이 집을 차압하고 피티온 가족들은 퇴거 명령을 받았다. 주택 시장 붕괴 2년에 접어들면서 미 전국에서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사태이다.
보스턴 비영리기구 주택 되찾아주기 캠페인
차압주택 시가로 사들여 본래 주인에게 되팔아
모기지 부담 줄고 집 되찾으니 소유주들 안도
집을 차압당해 두 손 들고 나와야 할 주택 소유주들을 돕는 비영리기구가 지난 가을 보스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으로 보이는 시기가 역설적으로 협상을 시작할 때라는 것을 피티언 가족은 이 기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피티온은 새로 주택융자금을 얻어 차압당했던 집을 25만달러에 다시 샀다. 월 상환금이 이전에 비해 절반이 안 되니 피티온 부부로서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게 되었다. 형편에 맞는 상환금을 내면서 살던 집에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살게 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 모두는 한 비영리기구가 주택 모기지 융자기관으로부터 그 집을 사들여 이 가족에게 되판 덕분에 가능했다. 이 기구는 장차 채무 불이행 사태에 대비해 매입가에 25%를 더 붙인 가격에 집을 되팔았다. 주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피티온은 “우리한테는 꼭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은행이었다면 우리의 차압 전력을 보고는 미안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 말했겠지요”
주택 소유주가 집을 차압당하기 전이 아니라 차압당한 후 개입하는 이런 방식은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이라는 비영리 커뮤니티 개발 재정기구가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에 주거권리 옹호 단체인 시티 라이프/비다 어바나, 그리고 하버드 법대의 교수와 학생들이 동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주택 소유주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가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아직 규모가 작다. 하지만 미 전국 어디에서나, 특히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역에서는 어디 서든 모방해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의 패트리샤 한라티는 말한다.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한 지 2년에 접어들고 연방 구제 프로그램으로 수천억 달러가 들어갔다. 그러나 모기지 금액이 주택 가치를 넘어서는 주택들이 수없이 많고 은행들은 이들 주택에 대한 모기지 재조정을 꺼리면서 점점 많은 주택들이 차압 위기에 놓여있다. 게다가 실업 등으로 인한 재정 위기 까지 겹치면 주택 소유주들은 사태를 감당할 길이 없게 된다.
파산 담당 판사들이 시가에 맞게 모기지를 조정해줄 수 있으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그런 권한을 부여하는 법제정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모기지 은행들의 이런 강경한 입장은 일단 집을 차압하고 나면 누그러진다. 은행으로서는 그 집을 무작정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 차압한 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관리는 어떻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은 돈을 빌려서 차압당한 집들을 매입한 후 원래 주인에게 되팔거나 세를 주고, 필시 크레딧을 망가트린 그들에게 새로운 모기지와 카운슬링을 제공한다. 그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은 자기 집에서 그대로 살 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본 주택은 현재까지 50채이고 추가로 20개 주택이 현재 수속 중이다.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은 5,00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이 실효를 거두는 데는 시티 라이프/비다 어바나의 조직운영자인 스티브 미첨의 역할이 크다. 그를 중심으로 한 이 단체의 압력 덕분에 은행들이 차압 부동산을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에 기꺼이 넘기는 것이다. 주택 소유주들이 퇴거명령을 받으면 이 단체 조직원들은 그 집 밖에서 은행이 시중가격대로 집을 팔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아울러 하버드 법적지원기구가 다른 한편에서 소유주들을 퇴거시키는 대신 집을 팔라고 은행들을 압박하는 작업을 벌인다. 퇴거 절차를 마냥 늘려서 법적 소송비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드는 작전이다.
그리고 나면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이 개입해서 부동산을 매입하고 새로 주택융자를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삼위일체로 일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미첨은 말한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은 근로계층 거주지역인 도체스터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이 지역 주택가격은 40%가 떨어져 매서추세츠 주 전체의 하락폭인 20% 보다 훨씬 심했다. 그래서 차압과 채무불이행 정도가 주 전체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이런 지역에서는 거주자 퇴거로 인해 모기지 은행과 주택 소유주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 퇴거로 빈집이 생기면 범죄율이 높아지면서 인근 주택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차압 부동산들을 시장가격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파는 것이 융자기관들의 이해에 맞아 떨어지고, 거주민들의 이동이 덜 하면 커뮤니티의 이해에도 맞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이 모든 주택 소유주들을 위한 해법이 되지는 못한다. 소유주의 재정상태가 너무 안 좋을 때는 이들 비영리기구도 도울 길이 없다.
그러나 다른 주택 소유주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마지막 순간의 구원이다. 건축 사업을 하는 로베르토 베라스케즈는 지난해 11월 주택을 차압당했다. 융자기관에서 빌린 돈은 55만 달러였다.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행되었고 지난 3월 그는 28만달러에 집을 다시 샀다. 그동안 가족들은 계속 그 집에 살수가 있었다.
“정말 오래 싸웠어요. 그런데 우리가 이긴 거예요. 여전히 집에 살고 있으니까요”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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