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윤종신(41)은 자신에게 ‘진지함’과 ‘경박함’이 공존한다고 얘기한다.
정직한 발음으로 차분하게 ‘너의 결혼식’을 부르던 그는 어느 날 코믹한 노랫말의 ‘팥빙수’와 ‘영계백숙’으로 뒤통수를 쳤다. 또 ‘슈퍼스타 K’에서 날카로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병약한 어르신’ 캐릭터로 웃음을 줬다.
윤종신이 평창동에서 운영하는 20평 남짓한 카페 ‘로브(Lob)’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신곡을 발표한다는데 이전의 방식과는 좀 다르다고 한다. ‘먼슬리(MONTHLY)’라는 타이틀로 매월 신곡을 발표하는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매월 살아가는 이야기와 매순간 느낀 감정들을 노래해 10여 곡 정도가 쌓이면 ‘먼슬리 2010’이라는 타이틀로 음반도 출시할 계획이다.
첫 작품으로 25일 온라인에서 공개한 두 곡은 그의 진지함이 느껴지는 ‘그대 없이는 못살아’와 경박하면서도 재치있는 ‘막걸리나’다.
포크 발라드 ‘그대 없이는 못살아’는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노래했는데, 부르는 사람에 따라 고마움의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아내와 팬은 정신없이 사는 저를 지켜주는 이들이죠. 특히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많은 팬들이 떠나갔지만 남아준 팬들은 평생 함께하고픈 사람들이에요. 이 노래의 핵심은 ‘아무도 날 찾지 않아도 나를 믿지 않아도 이 사람은 내가 좋대~’라는 부분이죠. 가족 회식 때 남편이 아내에게 불러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막걸리 CF 출연을 계기로 곡을 쓰게 된 빈티지 록 ‘막걸리나’에 대해서는 발라드 가수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 걸 두려워하는데 내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경박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나의 이런 면때문에 떠나간 팬들에게 ‘다시 돌아와 같이 즐겁게 음악 좀 듣자’고 말하고 싶다고 웃었다.
1990년 015B 객원 가수로 데뷔한 지 올해로 20주년이 된 그가 왜 이런 방식으로 신곡을 발표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할 말이 무척 많은 듯 쉬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2008년 11집을 냈는데 타이틀곡 한곡 외에는 수록곡들이 소멸되는 게 아까웠어요. 또 매월 신곡을 내면 팬들이 한 곡씩 기다리며 감상하는 맛도 있을 것 같았고요. 만화를 연재하듯이 일종의 작가주의적인 행보죠. 노래를 죽 들으면 윤종신이 계절별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죠. 그때그때 생각들을 풀어내니 음악의 생활화인 셈이죠.
그의 이러한 행보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또 그가 음악을 만들 때 스트레스를 안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디 장비의 발전으로 곡을 만드는 시스템이 편리해진 점도 한몫한다. 개인 작업실에서 홈메이드로 녹음할 것이므로 사운드가 정교하지 않을 우려도 있지만 메시지 하나만은 정교하게 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1990년대를 주름잡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이제서야 음악을 통해 할 말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먼슬리’ 프로젝트는 뮤지션의 기록이라고도 했다.
과거에 사랑, 이별만 노래한 제가 이제 현실을 관조하니 할 이야기가 많아졌죠. 그런데 제 음반을 사고 노래를 들어줄 팬들은 삶에 집중하니 지금 음악을 안 들어요. 요즘 아이돌 음악만 있고 30-40대가 들을 음악이 없다는데 이상은, 김윤아, 이소라 등 웰메이드 음악들은 너무 많아요. 이들의 음악을 지금 음악계 흐름의 희생양으로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그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음악사이트 등이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돌 가수는 신곡을 내면 온라인에서 프로모션이 대대적으로 펼쳐지지만,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위한 장을 마련해줘야 30-40대들이 찾아듣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대중과 소통 가능한 공간 ‘윤종신닷컴’도 오픈했다. 그는 이 사이트는 팬들과 노는 놀이터라며 순간 떠오르는 단상들을 글로 올리고 팬들도 글을 남겨 생각을 나누고, 여기에서 후배 양성을 위한 오디션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월에 나올 신곡은 통기타로 곡을 쓴 포크라고 얘기하며 내년 안에 포크의 유행이 찾아오면서 양질의 가수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팝 시장에서도 포크 뮤지션인 존 메이어, 제임스 모리슨 등이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윤종신은 이번 신곡들이 잘 안 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의 흥망성쇠를 일찍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지일관 갈 것이니 일시적인 이벤트로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동료들이 이러한 시도를 시니컬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씹기 바쁜 요즘 가요계는 서로에게 너무 시니컬하다. 지금 잘 되는 가수들을 죽인다고 다른 이들의 헤게모니가 오는 건 아니다. 후배들이 우리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며 선배들이 자리를 못 지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지속적으로 출연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절친 노트 3’와 ‘라디오 스타’다.
음악과 예능인 중 양단간에 결정할 필요는 없어요. 전 뮤지션, 엔터테이너 두가지 일을 모두 잘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정체성의 중심은 뮤지션이죠. MC는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자리이니 제 얘기는 음악을 통해서 해야죠.
인터뷰가 끝날 즈음, 윤종신의 아들 라익이와 테니스 선수 출신 아내인 전미라 씨가 카페로 들어섰다. 카페를 뛰어다니던 라익이가 아빠 무릎에 매달리자 아빠 인터뷰 해야 해라고 윤종신이 사랑스럽게 아들을 쳐다봤다. 이게 윤종신의 지금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