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6월 발발한 한국전(1950-1953)은 신생 대한민국을 두어달만에 폐사 직전으로 몰고갔다. 전황을 일거에 뒤집은 건 인천상륙작전(1950년9월)이었다. 지휘자는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다. 전쟁 뒤 인천에 자유공원이 생겼다. 한켠에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세워졌다. 인천 앞바다가 굽어보이는 그곳을 무수한 사람들이 찾았다. 찾아서 그들은 자유대한이 있게 한 그 작전과 그 장군을 기렸다.
참여정부(2003년2월-2008년2월) 시절, 일각에서 동상철거 주장이 불거졌다. 실제 철거시도까지 있었다.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재미재향군인회, 재미참전유공자회 등 한인단체들도 철거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유엔산하 밝은사회서울중앙클럽 심호명 회장. 칠순을 바라보는 심 회장은 능멸을 당하는 맥아더 동상을 TV로 본 순간, 온갖 생각이 스쳤다.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참화와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이름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목숨바쳐 싸운 미군 등 유엔군, 덕분에 살아남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과 기약없는 맨주먹 청년에서 성공한 기업인(제주물산 대표 등)으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이 포개지면서 그는 미안하고 괴로웠다. 2007년부터 그가 매년 미국에 와 한국전 참전미군들에 잔치를 베풀고, 찾아줄 이 거의 없는 참전용사묘를 찾아 참배하고, 보훈병원을 방문해 팔순구순이 다 된 참전용사 자신들마저 기억이 가물가물한 60년 전 은혜를 떠올리며 감사를 표하게 된 계기다.
올해도 변함없이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22일 미국에 온 그는 북가주에서 1박한 뒤 23일 중가주 산타넬리에 있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한 뒤 랠프 버넷 담당관에게 묘역주변 새단장을 위한 기금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김종헌 예비역준장 등 심 회장의 고교(서울성남고) 동문선후배들이 함께했다.“우리 한국인들이 한국전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미군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16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위해 피를 흘렸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 한국을 건설할 수가 있었습니다.”
심 회장은 지난해 보은의 방미에서는 한국전에서 꽃피운 가장 아름다운 휴먼스토리 중 하나인 ‘미 제40사단과 가평고(옛 가평가이사중고)’의 인연을 이어 케네스 카이저 주니어 중사의 가족들을 찾아내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40사단을 위한 보은잔치를 열어준 바 있다. 이번에도 LA보훈병원 방문과 40사단 전현사단장 및 영관급 지휘자, 참전용사 20여명을 찾아내 식사를 대접하고 한국전 60주년 기념메달 등 보은의 선물을 증정했다.
심 회장의 발품은 줄줄이 메아리를 낳았다. 남북가주 등 재미성남고동문회는 한국전참전미군에 대한 보은단체처럼 이 일을 위한 씨줄날줄이 됐다. 몬트레이지역 한인단체들은 산타넬리국립묘지의 미군영령들이 외롭지 않도록 자주 찾아보고 위로할 계획이다. 몬트레이에는 심 회장의 1년선배인 한형택 전 몬트레이한인회장이 산다. LA에 있는 ‘한국전참전미군용사들의 친구’라는 단체는 6월 중순 1,000여명의 미군용사들과 가족들을 라스베가스로 초청해 보은행사를 열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사진설명
유엔산하 밝은사회서울중앙클럽 심호명 회장(가운데) 일행이 23일 한국전참전미군들이 묻힌 산타넬리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