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직 못한 20대에 실직한 30대까지 ‘부메랑족’에 합세
헤다 캔델라는 26세다. 지난해 말 드디어 부모 집에서 나가 독립할 꿈에 부풀어 있던 그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감원 통보. 맨해턴의 디지털 미디어 관련 직장에 다니던 그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만 것이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 그는 사무직 일자리를 얻긴 했지만 당분간은 부모 집에 얹혀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집에 살면 내 소셜 라이프가 방해받을 것은 확실하지요. 아직도 부모의 규칙아래 사는 것이니까요. 연장된 사춘기의 늪에 빠진 것과 같습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나즈린 바커스는 27세다. 사회학 박사과정 중에 있는 그는 뉴욕 주 밸리스트림의 부모 집에서 맨하탄 소재 시티 유니버시티까지 통학한다. 아직 한 번도 부모 집을 나와 독립해 본 적이 없는 그는 당분간도 그럴 계획이 없다. 부모 집 지하실을 개조한 방에서 사는데 출입문이 따로 있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칼로스 크루즈는 38세다. 그는 로펌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한편 주말엔 스쿠버 강사로 뛴다. 워싱턴 하이츠의 4베드룸 아파트에서 부모 및 할머니와 함께 사는 그는 재정난이 물론 큰 이유이긴 하지만 가족 유대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2000년대 들어 30%나 늘어 전체 20%
‘소셜 라이프’부모 간섭이 대표적 고민
뉴욕타임스의 센서스 분석은 지난 가을 퓨 리서치 센터의 보고를 재확인 시켜준다 :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외로운 빈 둥지가 될까봐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2000년 이후 25~39세 연령 그룹 중 부모 집에 기거하는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아직 완전히 미치기 전인 2008년에 벌써 이들의 비율은 두 자리 숫자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 전국적으로는 32%, 뉴욕 맨하탄의 경우 40%.
1980년대엔 25~34세 연령층 중 11%만이 부모와 함께 사는 대가족에 속했었는데 2008년엔 20%로 늘어났다.
이들처럼 부모와 함께 사는 ‘베이비부머’들의 아들과 딸들에겐 ‘부머랭어’(boomeranger)란 명칭이 붙여졌다. ‘부메랑족’, 내보냈는데 되돌아온 자녀들이다.
부메랑족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의 프로필은 마이너리티 젊은이들이다: 비백인, 외국 태생의 미혼, 대학 졸업자.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젊은이들의 실업난 속에서 특히 소수계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이들의 부모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뉴욕 시티유니버시티 퀸즈칼리지의 사회학 교수 앤드류 베버리지는 지적한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거나 심화되면 이번 경제위기가 진짜 ‘진출실패 세대(Failure to Launch Generation)’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요”
지난해 18~29세 연령층의 37%가 실직상태거나 더 이상 구직을 안하는 상태로 분류되었다. 퓨센터 서베이에선 18~34세 연령층의 10%가 이번 침체 때문에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고 답했다. 10명 중 2명은 풀타임 학생이었고 4분의 1은 실업자였으며 3분의 1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 자립해 혼자 살았었다고 답했다.
성인 자녀의 자립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사회현상을 암시한다. 여러 세대가 한지붕 아래 사는 대가족의 부활 현상과 함께 결혼과 출산의 증가추세다.
센서스에 의하면 18~24세 연령층 중 남성의 56%, 여성의 48%가 부모와 한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에서 몇 년간 혼자 살다 컨넥티컷의 부모 집으로 들어온 광고회사 직원 애쉴리 자인(27)은 “돈 좀 모으려고요. 뉴욕에서 살면서 20대가 돈을 모으는 건 너무 힘들거든요. 이번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예비금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지만 침체 때문에 세이빙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캐서린 브레즐러(27)는 석사과정을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부모의 아파트로 들어왔다. 다행히 얼마전 풀타임 잡을 찾아 요즘 나갈 곳을 물색 중인 그는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또래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한다.
미카 사우(25)도 지난 6월 뉴저지의 부모 집으로 되돌아왔다. 클리브랜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감원 당했기 때문이다. “내 소셜 라이프의 측면에서 보자면 아주 난감합니다. 경기 침체라 해도 7년 동안이나 클리브랜드에서 자립해 살던 내가 지난 한두해 동안 두 번이나 일자리를 잃고 이제 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거든요”
주말에 스쿠버 강사로 일하는 크루즈는 들어와 사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이제 90세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는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친구 아닌 가족들과 산다는 것엔 좋은 점도 많습니다. 룸메이트랑 사는 것과 다를 게 없지요. 가족은 자기 몫의 방 값을 안 낸 채 사라져버리는 일이 결코 없을 신뢰할만한 룸메이트라는 점이 다르군요”라고 크루즈는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부모의 아파트로 다시 들어온 캐서린 브레즐러. 얼마 전 풀타임 직장을 얻어 곧 자립할 꿈에 부풀어있다.
7년동안 클리브랜드에서 혼자 살던 엔지니어 미카 사우는 최근 실직한 후 뉴저지의 부모 집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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