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으로 원화 경쟁력 유지” 주장…李대통령 공약과 일맥상통
▶ ‘은행 기반’ 설계에는 부정적…한은 입장과 정면 배치돼 주목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선임된 김용범 신임 실장은 경제·금융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공직 퇴임 후엔 민간 블록체인 업계에서 활동해 눈길을 끈다.
김 실장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대표를 맡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에 관한 각종 연구와 제안을 주도해왔다.
이 대통령의 가상자산 육성 공약과 맞물려 김 실장의 역할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이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8일(이하 한국시간)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들을 다수 쏟아냈다.
김용범 실장은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평소 스테이블코인을 지렛대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디지털 G2(주요 2개국)'로 도약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이후 발간한 정책 공약집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유통 등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새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 기정사실로 거론되는 이유다.
그 연장선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6곳과 공동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 한강' 대신 일부 은행이 별도로 준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쪽에 정책적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예금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와 연계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으로, CBDC를 물밑 뼈대로 한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가상자산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트럼프 대통령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CBDC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 나아가 시중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민간 핀테크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해시드오픈리서치 보고서에서 비은행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되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김 실장 본인도 지난달 말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과거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 은행 면허, 예금자 보호와 같은 법제적 장치 위에 구축됐지만, 지금의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는 스마트 콘트랙트, 리저브 공시, 실시간 감사, 상환 알고리즘 등 설계 구조 그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이어 "기존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은행 기반 설계에 대한 선호 역시 제도적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단순한 규제 수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은 한은의 공식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만큼 향후 논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발행 인가 단계부터 자신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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